은퇴 빨리하기 FIRE!

조기 은퇴하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요?

Brown English 2021. 6. 5. 03:23

내가 빨리 은퇴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할 때마다, 첫번째로 받는 질문은 "은퇴 빨리하면 심심해서 뭐해?"이다.

은퇴를 한다고 해서, 갑자기 하루종일 티비 앞에 앉아서 티비만 보고 아무것도 안하는 것이 아니다.

FIRE (Financial Independent, Retire Early) 의 기본 전제는 첫 알파벳 두개인 FI - Financial Independence 에 있다.

충분한 저축액과 passive income이 있으면 재정적으로 독립적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일하며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돈을 굳이 벌지 않아도 된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리고 그 일을 통해서 버는 돈이 은퇴 전 임금보다 훨씬 적어도, 돈 걱정이 없기 때문에 그냥 하면 된다. 그것이 FIRE의 꿀 핵심 :)

 

내 남편을 예로 들면,

남편이는 최근 woodworking에 푹 빠져있다. 집에서 쓰는 거의 모든 가구를 직접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조금 씩 기술을 공부하고, 연습하고, 도구를 사 모으면서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시간이 날 때마다 workshop에서 이것저것 하고, 밤마다 우드워킹 잡지 읽기랑 동영상 시청을 열심히 한다.

(단점은 그래서 집에 가구가 없다 - 살짝 불편할 정도로...)

우드워킹은 너무너무너무너무 재밌는데, 하루에 9시간은 일해야 하니깐 (8시간 + 점심시간 포함), "재미없는 돈 버는 일"일 "재밌는 일" 할 수 있는 시간을 빼앗는 다는 느낌을 받으며 살고 있다.

우리 남편이 돈 걱정 없이 조기 은퇴한다면, 하고 싶어하는 우드워킹을 하루종일 하면서 정말 행복해할 것이고, 가구를 만들어 팔아서 돈을 조금이라도 번다면, 그게 한달에 500불이건, 1,000불이건, 20,000불이건 다 좋다.

 

하.지.만. 나에게는 문제가 있었으니, 나는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아이를 가진다면 일단 아이 돌보는 데 시간을 많이 쓰고, 아마 그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생산적인 일이겠지만, 아이만 돌보는데 모든 시간을 쏟고 싶지는 않다. 요리하고, 집안일 하고, 아이를 돌 보고, 책 읽고, 가드닝하는 등등의 활동을 전혀 나쁘지 않지만, 나도 우드워킹처럼 뭔가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활동이 있으면 좋겠다.

심지어 남편은 회사일을 정말 정말 싫어하는데 (남편네 팀은 정말 일 많이 하고, 하는 일에 비해 돈을 적게 받는다), 나는 솔직히 회사일 전혀 나쁘지 않다. 일도 충분히 intellectually challenging하고, 회사 사람들 전반적으로 다 친절하고 재밌고, 하는 일에 비해서 돈도 잘 받는 느낌이고, benefit도 굉장히 좋아서, 전반적으로 아주 만족한다. 회사일도 괜찮고, 돈도 잘 받고, 은퇴해도 딱히 하고 싶은 것이 없으니, 나는 그냥 영원히 회사에서 rat race하면서 지낼 운명일 것 같다. 그래서 싫다!!

이건 아마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것의 부작용인 것 같다. 어려서부터 학원가고 공부하는 것이 어린이/청소년의 역할이었다. 어른이 되고도 그냥 좋은 회사에 취업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다. 그리고 한국 사회는 미국에 비해서 다양성이 적고, 사람의 직업/취미/삶이 굉장히 비슷하고 - 그리고 내 인생도 항상 그랬어서 - 취미/부업으로 삼을 수 있는 것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면서 자라왔다. 그래서 뭘 하고 싶은가에 대한 대답을 참 찾기 힘들다.

그리고 내 머릿속엔 항상 "그래서 돈을 잘 벌 수 있을까" 의 생각으로만 꽉 차있다. 자본주의의 부작용인가. 돈을 전혀 벌지 못해도 재밌고 보람차면 되는 건데, 왠지 모르게 항상 돈을 잘 버는 취미/부업만 찾게 된다. 이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은퇴하려면 아직도 10+년 남았으니, 조급해 하지 말고, 천천히 이것저것 시도해보면 된다. 하지만 왠지 조급한 마음ㅋㅋ

아무튼, 나도 남편을 따라서 우드워킹으로 자잘한 것을 한번 만들어보기로 했다 (사이즈가 작다고 해서 절대 쉬운게 아니지만, 나는 근력이 진짜 부족해서 큰 것은 힘들 것 같다). 그리고 사이즈 작은거 만들어야 인터넷에서 팔게 되면 배송하기가 쉽다. (<--- see? I'm obssessed with making money...)

애니웨이, 한번 열심히 찾아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