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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 극복 후기 | 불면증 치료 방법 | 불면증 극복 사례건강 챙기기 2023. 1. 7. 08:15
내 인생에서 절대 마주치지 않을 것 같았던 불면증을 겪은지 7개월이 되었다. 지금은 많이 개선되어서 예전과 똑같진 않지만 나름 잘 자는 편이 되었다. 불면증의 블랙홀에 빠져있을 때, 인터넷에서 찾아서 읽은 몇 개의 극복 후기가 참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래서 불면증으로 고통받는 누군가를 위해 나도 인터넷의 글 중 하나가 되어보자 한다.
[불면증의 시작 - 잠에 대한 집착 때문]
나는 세상에서 제일 잘 자는 사람이었다. 밤에 자려고 누우면 1~2분 안에 무조건 잠들었고, 엄청 깊게 자서 누가 엎어가도 모르는 사람이었고, 잠에 든지 1초 된 것 같은데 눈 뜨면 다음날 아침인 사람이었다.
이 모든 것이 임신과 함께 바뀌었다. 임신 초반부터 머릿 속에 생각이 많아져서 그런지 자도 엄청 요란한 꿈을 꾸었고, 꼭 새벽 1~2시쯤에 깨서 2~3시간 동안 잠에 다시 못 들고 뒤척뒤척 거리다가 잠들기가 일쑤였다. 하지만, 임신하면 잠을 잘 못자는 건 너무나도 잘 알려지고 흔한 임신 증상이었기 때문에 큰 걱정이 없었고, 잠을 잘 못잔다는 점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진짜 문제는 아이를 낳고 시작되었다. 일단 나의 아이는 첫 네 달동안은 매우 어려운 아이었다. 다른 신생아들은 2~3시간마다 깨서 힘들다고 하는데...나의 아이는 낮이건 밤이건 30분마다 깨서 울었다. 그래서 "아이가 잘때 같이 자라"라는 잘 알려진 말이 정말 어이없게 느껴졌다. 첫 한달 정도는 하루에 3~4시간 자면서 버텼고, 모유수유/유축을 3시간 마다 해야하니까 어차피 나는 잘 수가 없어서 새벽 당번도 자청해서 내가 하고 남편은 재웠다.
잠 안자는 아이를 돌보는 것도 어려웠고, 내 성격이 모든 걸 착착 컨트롤해야 마음이 편한데 - 신생아의 그 어떤 것도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게 없다는 점이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그래서 뭔가 아이를 못 키울 것 같고, 이 지긋지긋한 시간이 언제 끝나나 하는 걱정에 (=산후우울증) 잠에 쉽게 들지 못했다.
잠을 잘 못자기 시작하니까, 이제 잠에 엄청나게 집착을 하기 시작했다. 잠에 잘 못들어도 미칠 것 같았고, 잠들어도 두뇌가 풀 가동중이라 1~2시간마다 깼다. 깼다가 다시 잠에 못들면 또 미치고 팔짝 뛸 것 같았다. 매일 저녁 시간만 되도 오늘 잘 수 있을 것인가, 왜 지난 한 두달동안 하루에 최장으로 잔 게 3~4시간인데도 왜 나는 졸렵지 않은건가, 이쯤되면 죽어야 하는게 정상이 아닌건가 하면서 엄청 걱정하고, 잠에 집요하게 집착했다. 그렇게 집착할 수록 더더욱 잠에 못들고 길게 자지 못했다.
잠을 제대로 못 잔지 두달 정도 되었을 때 (=아기가 태어난지 두달) 결국 공황/불안 발작이 왔다. 처방받아온 수면제를 진짜 많이 먹어야 겨우 잠이 와서 불안이 더 심해졌다. 온 몸을 벌벌 떨었고,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자살충동을 심하게 느꼈다 (이 점은 자세하게 적지 않겠습니다). 자살충동이 느껴졌을 때,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바로 다음 날 남편과 응급실에 갔다. 그래서 정신병동에 3일간 입원해서 수면제를 먹고 자고, 각종 수면제와 우울증 치료약을 처방받아서 집에 왔다.
[약물 치료]
위에서 말한 처음으로 처방받은 수면제는 trazodone 이었다. 보통 25~50mg만 먹어도 완전 기절해서 잠에 든다고 하는데, 나는 무려 100mg를 먹어야 겨우 잠에 들었고, 3~4시간 후에 잠에서 깼다. (이 점을 병원 간호사에게 말했더니, 엄청 놀라면서 자기가 100mg 먹으면 48시간은 최소로 기절해있을 거라고 했다...) 아무튼 수면제를 먹어도 제대로 잠을 못자니, 잠에 대한 집착과 걱정이 무한으로 증가하게 되어서 완전 역효과였다.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퇴원해서 집에 왔을 땐, 두 가지 약을 처방받았다. 하나는 불면증의 원인으로 여겨지는 우울증/불안증을 위한 약 (흔히 Zoloft라고 알려진 sertraline)이었고, 다른 하나는 졸피뎀 성분의 Ambien이라는 수면제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몸은 무슨 슈퍼 강력 약 거부 몸인지, 앰비엔을 먹어도 나는 기껏 2시간 정도 잘 수 있었다. 맥스로 하루에 1.5알까지 먹을 수 있었기 때문에, 0.5알 먹고 2시간 자고 x 3번 반복해서 겨우 6~7시간 정도 잤다.
이렇게 한달 했는데도 우울증/불안증 및 불면증은 전혀 개선될 기미가 안보였다. 그래서 의사가 우울증약을 증량시켰고, 수면제도 앰비엔보다 조금 효과가 긴 lunesta라는 걸로 바꿔주었다. 하지만 나의 슈퍼 강력 약 거부 몸은 새로운 약과 우울증약 증량으로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약물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길래, 수면제를 안 먹어보거나, 반만 먹어보거나, 일단 안먹고 잤다가 깨면 그 때 먹어보던가 하는 등등 여러가지 실험을 해 보았다. 결과적으론 수면제를 먹으나 안먹으나 수면의 양과 질은 비슷하단 걸 깨달았다. 그래서 그 때부터 최대한 수면제에 의지하지 않고, 자력으로 자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슈퍼 파워 수면제 거부 몸이라서 수면제가 안먹혔던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수면제에 전혀 의존하지 않아서 정상으로 돌아오는게 더 수월했던 것 같다.
[내가 불면증을 극복한 방법]
가장 중요했던 점은 잠에 대한 집착을 없애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불면증 극복 방법 검색한 것을 종합해보니, 결론은 불면증 자체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었다. 하지만 말은 쉽지 실제로 진심으로 진정으로 잠에 대한 생각을 버리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노력하면 점점 생각이 바뀌긴 한다.
그리고 불면증을 고치는 방법은 약도 아니고, 물리적인 것도 아니고, 다 마음이고 정신이다. 마음을 편하게 갖고, 머릿 속을 비우는 것이 그 어떤 것 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애기가 잘 자기 시작해서 마음이 놓인 것 외에) 나는 다음과 같은 방법들을 시도해보았고 가장 효과가 있다고 생각했다.
1) 명상: 내가 잠에 들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머릿속에 생각이 너무 많은 거였다. 애기를 어떻게 키울것인가 걱정에서 시작된 불면증이었지만, 애기를 키울 수 있을 것 같아서 걱정이 줄어든 다음에는 진짜 온 세상 잡 생각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명상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명상앱의 도움으로 명상을 했고, 조금 적응이 된 이후엔 혼자서 명상을 했다. 내가 쓴 명상앱에선 아무 생각하지 말고 숨쉬는 것에만 집중하는 게 주요 테크닉인데, 나는 숨쉬는 것 이외에도 하나가 더 필요했다 (아니면 금방 심심해지고 집중력이 없어져서 잡 생각으로 바로 이동). 그래서 나는 숨쉬기 + 눈 앞의 까만 세상에 집중했다. 중요한 점은, "잠들기 위해서" 명상을 하는게 아니라 (이건 잠에 대한 집착을 버린 것이 아님), 명상을 하기 위해서 명상을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마침, 나는 임신하기 직전에 명상의 세계에 입문하려고 매일 매일 명상을 하는 중이었고, 그게 쉽지 않음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한번 명상을 하기 시작하면 거기서 오는 긍정적인 효과는 평생 누릴 수 있으니, 불면증으로 자기 힘들어서 시간도 많고 동기부여가 뚜렷할 때 한번 열심히 해보자 하는 심정으로 했다.
2) 불면증 없는 척 하기: 내가 reddit에서 불면증 관련 극복사례를 찾아서 읽은 것 중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것은, 불면증이 없는 것처럼 평상시인것처럼 원래대로 행동하라는 것이었다. 또 다른 한 사람은 "나는 남들보다 시간이 두배로 많다~~" 하면서 영화도 보고 자기계발도 하고 그러면서 즐겁게 밤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들은 그렇게 해서 불면증을 결국 이겨냈다. 그래서 나도 평상시에 불면증 없는 것 처럼 행동했다. 원래는 남편한테 잠을 잘 잤니 못잤니 평가하면서 아침을 시작했고, 하루종일 불면증 없애는 법, 불면증 치료법 등등 검색하고 관련된 책 도서관에서 잔뜩 빌려다가 읽으면서 필기하고 그랬었다. 근데 그걸 그냥 다 멈췄다. 그냥 불면증 같은 건 없는 것처럼 평상시처럼 행동했다. 그랬더니 확실히 점점 머릿속에서 불면증에 대한 집착이 조금씩 사라졌다.
3) 너무 높은 기대치는 버리기: 불면증이 찾아오기 전, 너무나도 잘 잤던 나이기에, 예전과 똑같이 돌아가야 진짜로 잠을 잘 자는거라고 생각했었다. 그 생각을 버리기로 했다. 노느라, 일하느라 하루에 6~7시간도 안 자는 사람들이 수두룩 빽빽하다. 나도 그냥 그런 사람들 중 한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심지어 나의 아버지도 일하고 세상사는 걱정이 많아서 하루에 3~4시간씩 밖에 못자고 그냥 밤의 나머지 동안엔 눈 감고 누워있으면서 밤을 보낸지 수십년이 되었다. 아버지는 한번도 피곤해보이거나 이상해보이지 않았다. 그냥 그렇게 익숙해질 수도 있고, 그렇게 사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을 했다. 이런 식으로 "엄청 잘자야 한다"는 생각을 버렸다. 그리고 나의 경우는 잠을 제대로 못자는 것이 임신 및 출산 후의 호르몬의 영향일수도 있으므로 (나는 그렇다고 확신함) - 그냥 인간은 어쩔 수 없는 호르몬의 노예이다 ~_~ 점점 일상을 찾아나가면 호르몬도 정상으로 돌아오겠지 ~_~ 하고 그냥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받아드렸다.
4) 각종 Sleep hygene: 불면증 고치는 법을 검색하면 수면 위생 테크닉이 결과로 많이 나온다. 그런 것들을 전반적으로 지키려고 노력했다. 특히, 자기 전 한시간 쯤부터 전자기기 스크린을 보지 않는 것과, 자다가 중간에 깨도 몇 시 인지 확인하지 않는 것은 열심히 지켰다.
5) 일찍 자기: 만약에 자다가 중간에 깼는데 잠이 안온다면? 그런데 아침이 얼마 안남아서 마음이 불안하다면? 그러면 또 잠에 대해서 집착하기 시작하게 된다. 그래서 몇 시 인지 확인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나는 일부러 좀 일찍 잔다. 9시쯤. 그래야 자다가, 오밤중에 깨서 잠이 다시 안와서 뒤척이는 시간에도 전혀 불안하지 않다. 그리고 어째 저째 조금씩 여러번 자도 밤이 길면 그 여러번 짧은 잠이 모여서 금방 6~8시간이 된다. 그러면 충분히 많이 잔거니깐 잠에 대한 집착을 안할 수 있다.
[현재 상태]
내가 읽은 다른 후기처럼 어느 날 갑자기 잠이 잘 오기 시작했다! 하면서 기적같은 해피엔딩을 선사하고 싶지만. 사실...또 갑자기 임신을 하게 된 이유로 호르몬과 머릿 속이 날뛰기 시작해서...살짝 퇴행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내가 겪은 경험과 깨달음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조금 퇴행했어도 전혀 패닉하지 않고, 그냥 길게 보고, 너무 어떻게 자는 지에 집중하지 않으려는 단단한 마음이 있어서 전혀 걱정이 되지 않는다.
전에는 잠에 드는게 힘들었다면 요즘엔 누워서 명상을 하면서 5분~20분 안에는 꼭 잠에 든다. 진짜 피곤한 날은 거의 바로 잠들때도 있다. 예전에는 자다가 2~3시간에 한번씩 깼다면, 요즘엔 4~5시간에 한번씩만 깨서, 평균 자다가 한번 깨고 8시간+을 두번에 나눠서 잔다. 어떤 날은 바로 잠들지만 (30분 내외), 어떤 날은 한시간~한시간 반 정도 뒤척이다가 다시 잠든다. 두번째로 임신하기 전에는 좀 더 길게 자긴 했었는데 퇴행된 부분이 바로 여기. 하지만! 보통 자다가 한번 정도 깨는 사람은 수두룩빽빽하지 않은가?!?! 불면증 오기 전에 임신기간 내내 거의 매일 꼭 밤에 한번씩은 깼었는데?! 아니 하루에 8시간 잤으면 됐지, 뭘 더 자려고 하는가?!?!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중이다 (실제로 대수롭지 않다).
위에서 말한 대로, 나는 이제 불면증에 대한 나만의 극복 방법과 단단한 마음이 있기 때문에, 이제 무섭지 않다. 내가 지금 겪고 있는 두번째 임신처럼, 살다보면 이런 저러한 이유로 잠을 잘 못자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때 중요한 점은 패닉하지 않고 집착하지 않고, 그냥 이것도 지나가겠지~~~ 하면서 마음을 가볍게 가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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