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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후우울증, 산후불안증, & 산후불면증 극복 후기 | 극복 방법
    건강 챙기기 2023. 1. 25. 04:16

    2022년 5월 25일. 나의 첫 아이 알란이를 낳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산후우울증의 구렁텅이에 빠져버렸다. 내가 알거나 읽어본 케이스 중에서 나만큼 심각한 걸 본 적이 없었다. 우울증 및 불안증이 함께 왔고, 이 괴로움이 끝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잠에 들지도 못하고 잠을 오래자지도 못하게 되면서 불면증까지 함께 얻게 되었다. 우울증, 불안증, 불면증 삼종세트는 서로를 더더욱 강화시켰고, 결과 정말 죽고 싶어서 자살을 심각하게 고민할 정도가 되었다. 그래서 심각성을 느끼고 정신병원에 3일정도 입원해서 약물 치료를 시작하게 되었다.

    8개월이 지난 지금은 불면증은 조금 남아있지만, 우울증과 불안증은 완전히 사라졌다. 다른 포스팅에 적어 놓은 불면증 극복 수기에서 말했듯이 나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인터넷에서 찾아서 읽으면 마음의 안정을 찾는데 많이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비슷한 내용이지만, 산후우울증 및 불안증을 겪은 이야기와 내가 이들을 극복하는 데 이용한 방법을 정리해보았다.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도 도움이 되길.

     

    [우울증의 시작 - 출산의 고통 및 어려운 아기]

    나는 미국에서 아이를 낳았다. 많이 알려진대로, 대부분의 미국 병원에서는 아기를 돌봐주는 신생아실 따위는 없고, 아이를 낳자마자 부모가 같은 방에서 지내면서 아이를 돌봐야한다. 나는 밤 9시에 출산했는데, 그 날 밤부터 바로 육아를 시작했다. 경부가 거의 10센치가 열릴때까지 무통주사를 맞지 못해서 진통의 99%를 생으로 버텼고 (진짜 내가 살면서 겪어본 고통 중 최고였다), 그렇게 인생 최고로 쇼킹한 경험을 하자마자 회복할 시간도 없었다. 병원에서부터 바로 육아를 시작했고, 조리원도 없이, 산후도우미도 없이, 남편이랑 둘이 아이를 돌보기 시작하였다.

    보통 신생아는 먹고, 자고, 먹고, 자기만 한다던데...우리 아기는 잠을 정말 못 잤고, 밥도 잘 안먹었다. 누군가가 정성을 다해서 안아줘야만 잤다 (팔 베개만 해주는 식의 대충 안아주는 방법은 안먹혔다). 밤에는 거의 한시간에 한번씩 깼고, 자고 있을 동안에도 첫 15분 정도만 조용히 자고, 나머지 45분동안엔 낑낑끙끙 소리를 내고 온 몸을 베베 꼬으며 자서 옆에 있는 어른은 절대 잠에 들 수가 없었다.

    낮에는 딱 30분씩 잤다. 진짜 신체 내에 알람시계가 있는 것처럼 놀라울 정도로 딱 30분 잤다. 정말 더럽게 안먹어서 보통 주수/몸무게에 맞는 수유량 범위의 제일 적은 수준을 먹이는데 45분~한시간은 꼬박 걸렸다. 딸꾹질은 또 더럽게 자주해서 밥 다 먹고 딸꾹질 멈출 때까지 20~30분 또 안아주고 기다려야했다. 그렇게 겨우겨우 재워서 내려놓으면 칼같이 딱 30분 잔다. 그런 후 미친듯이 울어 재껴서, 다시 잠 들때까지 안고, 걷고, 흔들고 난리를 쳐야 겨우 잠들었고, 그 다음 수유시간까지 몇 시간이고 어른 한명이 계속 안고 있어야했다. 이렇게 3개월 꼬박 한 것 같다.한달 지나서 신생아 딱지를 떼면 괜찮아지겠지, 처음 6주가 제일 힘들다는데 6주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두달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하면서 위로를 하려고 했으나,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애기의 난이도는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못자고, 더 안먹고, 나날이 토를 더 많이 했다.

    그래서 남편과의 대화는 99%가 애기가 왜 이러는지, 언제 괜찮아지는지, 왜 안끝나는지, 뭘 해야 애기가 더 잘 잘 것인지에 대한 얘기였다. 밤에도 남편이랑 나눠서 하는 수 밖에 없어서 내가 먼저 일찍 잤는데, 육아 걱정에, 희망이 전혀 없다는 생각에, 언제까지 이짓거리를 해야하는지 등등 생각과 걱정이 너무 많아서 잠도 못 자기 시작했다.

     

    [우울증 최고치 - 말도 안되는 생각에 사로잡힘]

    그렇게 하루에 많이 자야 2~4시간밖에 못자는 날이 두달 정도 되었다. 잠을 못자니깐 사람이 진짜 미치게 되는 걸 몸소 경험했다. 보통 산후우울증이 호르몬의 불균형 때문이라고 하는데, 나는 불균형의 최고치를 찍은 것 같았다. 모든 문제의 근원이 아기인 것 같았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죽고싶었다. 세상의 모든 것이 아기 키우기 어려움을 생각하는 자극이 되었다. 예를 들어, 길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만 보아도, 저 사람도 예전엔 애기였겠지 생각이 들면서, 쉬운 애기였을까 아니면 알란이처럼 어려운 애기였을까, 알란이는 왜 그러지, 알란이는 언제 나아지지? 이런 사고의 패턴을 무한 반복하게 되었다.

    남편이랑 얘기만 해도 눈물이 나고 숨을 헐떡거리면서 울었다.모든 걸 다 포기하고 싶었다. 애기도 나도. 아니면 애기 버리고 그냥 도망가고 싶었다. 그냥 모든 걸 버리고 한국에 가서 다 잊고 살고 싶었다. 그거 외에는 살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 같았다. 도와주러 온 시어머니도 붙잡고 울고, 시동생도 붙잡고 울고, 혼자 벌벌 떨면서 울고, 진짜 불쌍한 시댁식구 나의 바닥을 보면서 걱정을 너무 많이 해주셨다.어느 날 밤에는 자려고 누웠는데 잠에 들 수 가 없었다. 또 애기 어떻게 키우지 걱정이 사로잡히면서 절대 못할 것 같은데 빠져나올 수 없음에 뭔가 참을 수 없었다. 갑자기 숨이 안쉬어지기 시작했다. 가슴이 무거워졌다. 그러고는 온몸이 벌벌 떨리기 시작하면서 막 발차기를 수백번했다. 이대로가다간 죽을 것 같아서 1층에서 아기 돌보고 있는 남편에게 내려갔다. 남편이 떨리는 몸을 꽉 껴안아줘서 안정시키고 무겁게 눌러주었다. 3~4시간동안 울면서 남편한테 죽고싶다고, 다 끝내고 싶다고 토로한 후 겨우 진정하고 한 3시간정도 잤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병원에 전화해서 상황을 설명하고 응급실로 오라는 말에 남편이랑 바로 갔다 (불쌍한 시동생이 아기를 돌봐주었다).

    이런 저런 검사를 받고 한참을 기다린 후, 근처에 있는 정신병원 병동에 들어가서 3일~일주일 정도 입원해 있으면서 마음의 안정을 취하라는 결과를 받았다. 내가 없으면 아기를 남편 혼자 봐야하는데...그래서 마음이 너무 무거워서 거부했지만, 남편은 아기 혼자 돌보는게, 정신나간 나 위로하고 케어하는 것보다 오십만배 쉽다며 - 얌전히 들어가서 나아져서 돌아오라고 했다. 결국 일주일 후에 한국에서 오시기로 한 엄마한테 SOS를 쳐서 엄마는 비행기를 바로 다음날로 바꿔서 일찍 와서 나 입원해 있는동안 남편이랑 둘이서 알란이를 돌봤다. 병원에 있는 동안 수면제를 먹고 잠도 좀 잤고, 복지사랑 상담도 하고, 마음 다스리는 법 그룹 클래스도 듣고, 테라피스트랑 상담도 하고, 정신과 의사선생님이랑 상담도 하고, 일기도 쓰고, 앉아서 생각도 하면서 좀 마음을 가라앉혔다. 나오면서 우울증약과 수면제를 처방받고 와서, 집에 와서는 그나마 수면제의 도움으로 하루에 6시간 정도씩은 잤다 (수면제가 잘 안먹히기는 했지만).

     

    [점점 사라진 우울증]

    엄마도 있어서 마음이 놓였는지, 애기가 3개월이 지나니까 밤에 한시간이 아닌 보통 아기들처럼 2~3시간에 한번씩 깨는 등 조금씩 희망이 보이기 시작해서 그런지, 수면제 먹고 밤에 잠을 조금 잘 수 있어서 그런지 (야간 애기 당번은 엄마랑 남편이 서고), 호르몬 불균형이 이제 좀 정상으로 돌아와서 그런지, 아니면 우울증 약이 잘 먹힌거였는지 뭐가 정확한 이유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4개월쯤 되었을 때부터 우울증 및 불안증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머리가 정상으로 돌아오니 과거에 내가 완전 말이 된다고 생각했던 것 (애기와 함께 죽어야만 모든 것이 해결된다 등등)이 진짜 제정상으로 생각했던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정상적으로 사고하면서 뭔가 악과 어둠의 구렁텅이에서 걸어나오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론 우울증 약도 5개월도 안되어 끊게 되었고, 그 뒤론 정신과도 안가고, 아주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아직 불면증이 살짝 남아있는데 (잠에 드는데 20분 정도 걸리고, 꼭 자다가 밤에 한두번씩 깸)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잘 자는 편이다. 마지막으로 이제는 애기를 문제의 근원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내 인생의 행복과 사랑의 근원으로 보게 되어서, 아들 사랑에 푹 빠지게 되었다.

     

    [우울증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 것들]

    1) 가족 및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 나는 남편이랑 엄마에게 의지를 진짜 많이 했다. 드는 생각을 여과없이 얘기했고 (특히 죽고싶단 생각이 들었을때도 남편한테 바로 얘기해서 바로 병원에 가기로 함), 남편과 엄마는 진짜 인내심 인생어치를 다 써가면서 나에게 좋은 말, 긍정적인 말, 할 수 있다는 말, 등등 똑같은 얘기를 무한반복해주었다. 엄마는 다정하다기 보단, 너 왜그러냐, 그 정도면 잘 잔거지 뭐 그런 걸로 난리냐, 애기가 이렇게 예쁜데 너 미쳤냐 ㅋㅋㅋ 하면서 현실 직시를 하게 하는 말을 해주었는데, 그게 정신차리는 데 도움이 많이되었다. 남편은 엄청 다정하게 이해한다고, 지금 니 생각은 정상적인 너가 아니라 우울증이 하는 생각이라고, 등등 긍정적이고 차분한 말을 많이 해줬는데, 그것 또한 뭔가 날뛰고 있는 마음을 진정시키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가끔 친구들이 내 걱정에 카톡 보내주고, 내 고민 & 나의 우울증 및 불면증 얘기 들어주면서 많이 위로를 해줬는데 - 그 때도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걸 깨달으면서 뭔가 살아나갈 용기를 얻게 되었다.

    2) 내 애기랑 비슷하거나 더 어려운 애기 케이스 찾기: 이건 좀 추잡한 자기위로 방법이긴 한데, 내 아들이랑 비슷하거나 더 어려운, 더 안자는 애기의 케이스를 인터넷에서 찾아 읽으면 - 이 부모님들도 잘 견뎌내고 있는데, 나도 비슷하게 할 수 있겠지~ 하면서 좀 마음에 위안이 되었다. 특히 1년 내내 애기가 밤에 한 시간에 한번씩 깨고, 꼭 엄마 젖을 입에 물고 자야만 자는 아기 케이스를 읽었는데...죄송하고 추하지만 핸드폰에 저장해놓고 그 분들 고생하시는 얘기를 자주 읽으면서 위안을 삼았다.

    3) 정신과 상담: 나 처럼 죽기 일보직전의 케이스라면 꼬옥 정신과 치료를 받는 걸 권장한다. 나는 정신병동에 입원한 덕분에 최악의 상황에서 나를 끄집어 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약물치료가 도움이 되었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플라시보 효과라도 있었던 것 같고, 상담에서 들은 남편이 무한 반복한 똑같은 말도 정신과 선생님이 얘기하면 뭔가 더 와 닿았고 정신차리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4) 마음 편하게 먹기: 나는 아기가 어려웠던 점도 우울증을 발생시키는데 한몫 했지만, 그 것보다 중요하게 내 마음이 너무 걱정을 많이 했던 것이 우울증으로 가는 지름길 및 활활 불타오르는 휘발유 역할을 한 것 같다. 아기가 내려놓으면 낮에 30분밖에 못자는거면, 그럼 내려놓지 말고 계속 안아주고 있거나, 알람시계이놈시키 벌써 일어났냐 하면서 그러려니 했으면 좋았을 걸, 나는 그걸 매번 스트레스를 잔뜩 받았다. 30분이 거의 다 되어서 애기가 꼼지락되기 시작하면 스트레스에 머리가 쭈뼛쭈뼛 섰다. 아기가 좀 안먹으면 그래 먹지 마라~ 나중에 또 줄게 하면 될 것이었는데, 왜 다른 아기들은 이쯤되면 수유텀 잡힌다는데 왜 내 애기는 기껏 먹어봤자 20ml밖에 안먹지 하면서 스트레스를 만땅으로 받았다. 지금 아이를 8개월 키워놓고 보니깐 - 그냥 그건 애기의 성향이고, 거기에 맞춰줬으면 되는건데, 왜 책에 써있는 스탠다드를 보면서 거기에 안맞는다고 스트레스를 그렇게 받았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애기가 조금씩 쉬워지면서 나도 애기 키우는 거에 대해서 마음을 편하게 먹기 시작했는데, 그런 후로부터 진짜 사르르르르르 우울증이 녹아 내린 것 같다.

    5) 불면증 해결하기: 잠을 못자면 멀쩡한 사람도 미치게 된다. 불면증 극복 후기에 정리해놓은 방법을 통해서 불면증을 많이 해소했는데, 그것이 우울증을 없애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6) 종교에 의지하기: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큰 변화나 건강의 문제 등을 통해서 종교에 입문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 또한 우울증 및 불면증이 20대 이후로 버렸던 종교를 재고려하게 하는 중대 이벤트였다. 교회에 나가서 울고 불고 하면서 기도하고 하나님에게 의지하면 조금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리고 우울증과 불면증을 통해서 진짜 인생과 세상에는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이 있구나를 몸소 깨닫게 되었다. 그 동안 내가 잘 나고 똑똑해서 이뤘던 인생이라고 생각한 것을 싹 버리고, 정말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으로 내가 그 동안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아왔단 걸 깨닫게 되었다. 

    적어놓은 것이 뭐 다 거기서 거기고, 당연한 거 아닌가 싶지만...우울증에 걸린 상태에서는 이런 기본적인 행동이나 마음가짐를 갖기가 참 힘들다. 그래서 이런 당연한 것도 도움이 된 이유를 적어 놓으면 더 마음에 와닿게 되고 실행하면서 조금씩 우울증에서 빠져나오는 데 도움이 될 것 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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