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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눈치 안보고, 내가 살고 싶은대로 사는 행복한 삶즐겁고 행복한 미국 생활/일기 + 여행 2021. 10. 14. 02:32
남편이 요즘 나보고 완전 히피가 되었다고 말한다. 내가 맨날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하고 말하기 때문에 흐흐.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아니면 이제 미국에서의 생활이 안정되어서 그런가 -? (둘다겠지) 정말 행복하고 마음 풍요롭게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항상 모색 중이다. 글쓰고 싶은 주제도 이런 것 밖에 없다. 주저리주저리 쓰다보면, 나름 생각이 정리된다. 물론 글은 엄청 두서없고 주저리지만.
물론 지금도 엄청 행복하다. 현재 상황에 만족하고, 지금 가지고 있는 것에서 행복을 찾는 것이 첫번째. 그렇지만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 되돌아보고 키워드를 찾아서 생각을 정리해보면 행복을 증폭시키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오늘 정리해보는 키워드: 다른 사람/사회에게 크게 영향받지 말고, 살고 싶은 대로 살자!
오늘의 키워드를 떠올리게 된건 오랜만에 들어간 트위터에서 본 트윗에서 시작되었다.
미국에 사는 한국인이 - 시즌 별 미국의 홈 데코레이션을 따라가기 힘들다고 농담 반/진담 반으로 말했다. 10월에는 할로윈, 11월에는 땡스기빙, 12월에는 크리스마스 등등 미국에서는 매달 각 테마에 어울리는 홈 데코리이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분이 실제로 "미국에서는 이런걸 해야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하기 싫어도 집을 테마에 맞춰 꾸미는지, 아니면 그냥 말만 그렇게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그 트윗을 읽으면서 그 분이 "하기싫고 쓸데없는 것에 돈과 시간을 붓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미국이민 후 나의 행동중에 후회되는 것에 대해서 말했듯이(https://brownenglish.tistory.com/387) 가끔은 비평적 사고 없이 "미국에선 이렇게 해야한다"라는 말을 믿고 똑같이 따라하게 된다. 아직도 예외가 아니다.
나는 다행이도 트윗에서 본 미국 계절마다 데코레이션을 바꿔야한다는 pressure는 전혀 받지 않았다. 할로윈이 가까워지면 슈퍼에서 호박을 많이 파는데, 세일하면 사와서 그냥 집 앞에 한달정도 데코레이션으로 놨뒀다가 나중에 맛있게 잘 먹는다. 남편이 하도 캔디캔디 노래해서 할로윈 때 쯤엔 캔디도 가끔 사 먹는다. 크리스마스 땐, 아무런 장식도 안한 해도 있었고, 작년엔 직접 산에 가서 톱들고 나무를 잘라와서 크리스마스 나무를 만들었다. 장식도 별거 없고 - 그냥 불이랑 가족과 친구들이 보내준 크리스마스 카드로 장식한다.
나도 사람이니 땡스기빙, 할로윈, 크리스마스 같이 신나고 재미난 휴일엔 나도 참가해서 재밌는 것을 하고 싶다. 하지만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된다. 남들이 말하는 기준에 맞춰서, 꼭 크리스마스 장식을 일정 수준의 퀄리티로 한다던가, 꼭 해야하는 활동을 해야한다던가 - 하는 것은 전혀 필요하지 않다.
생각해보니, 나는 어려서부터 그런 특별한 날이나 기념일 같은 것을 챙기는 것을 아주 싫어했다. 특히 마케팅이 만들어낸 것이 너무나도 눈에 선명하게 보이는 빼빼로데이 같은 것. 현 남편과 사귀기 시작했을 때, 남편에게 주의를 주었다 - 나는 발렌타인데이나 빼빼로데이 같은 걸 남자가 챙기면, (물론 나를 위해서 준비한 정성은 알겠으나) 그런 마케팅 술수를 비판적으로 보지 않고 순순히 받아드린다는 점에서 그 남자에게 아주 큰 실망을 하니깐, 너는 절대로 나에게 빼빼로 같은 것을 주면 안된다 - 라고.
그리고 어려서부터 남들이 다 하는 것에 쉽게 빠지지 않았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중학교 때 학교에 있는 모든 여자아이들이 HOT와 젝키로 갈렸을 때 (또는 GOD, 신화 등), 나는 혼자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와 SES를 좋아했다. 물론 아이돌에게 관심은 있었지만, 유명 앨범을 CD로 사서 듣는 것 외에는 - 콘서트에 간다거나, 문희준오빠에게 생일 선물을 보내거나, HOT가 해체될 때 세상이 끝난 것 처럼 울지 않았다. (다만, 친구가 가자고 해서 같이 SM 사무실 앞에서 간 적은 있다 ㅎㅎㅎㅎㅎ)
한국의 사회에서 주는 압박과 편견에도 불구하고 - 나는 짧은 머리도 자주 했었고, 페미니즘에도 꽤 일찍 (일찍이란게 있을까...?) 눈을 뜨고, 받아드리고, 실천했다. 예전부터 메이크업은 잘 안했다 (예전에는 적어도 bb크림을 바르고 눈썹을 그렸는데, 요즘엔 아예 아무것도 안한다).
그에 반해 어쩔 수 없이 사회에서 남들이 다들 하는 것에 빠진 것도 참 많다. 대학교 시절, 나는 강남사는 사람이니깐, 다른 촌사람과 나를 구별하기 위해선 나의 부를 과시해야한다 (나의 부모님의 부를 과시하는 것이겠지) 라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아빠 돈으로 비싼 옷과 명품가방을 참 많이 샀다. 내가 똑똑한 걸 증명하고, 상위층에 도달하려면, 취업을 잘해야 한다 (=대기업에 취업)는 생각에 빠져, 황금같은 대학시절 방학을 인턴하는데 사용하고, 대기업에 취업했지만, 너무 구려서 결국 2년만에 퇴사했다 (ㅎㅎㅎ). 나중에 조금 철이 들어서 된장녀 하기를 그만하고, 독립적인 여자사람이 되어 갔어도 - 이대 여자들 욕하는 건 못 버렸다 (미안 나의 사촌동생님아). 나의 인생은 그 외에도 참 많고 많은 선입견과 압박과 비성숙함으로 점철되었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그런데, 지금 되돌아보면 - 저렇게 사회에서 주는 선입견과 압박에 아무런 비판적인 생각도 안하고 멍청하게 순종하고 그걸 내면화한 것이 엄청나게 후회된다. 그에 반해, 사소하더라도 남들과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한 것,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한 것들은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은 정말 자유롭고, 다양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아서 - 한국에 비해서 다른 사람들과 사회의 시선에 영향받지 않고 자기만의 삶을 사는 것이 꽤 쉽다. 물론 미국사람들도 사회/다른 사람들이 주는 기준에서 영향받는 건 당연하지만. 한국에 비하면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부터 정말정말 자유롭다. 그래서 미국에 사는 혜택을 최대한으로 누리면서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나만의 삶을 살기로 했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면 - 그게 아무리 "보통 미국에서는 남들이 다 하는" 방법이 아니더라도, 주저하지 않고 선택할 것이다.
(회사 눈치 안보고 내가 하고싶은 것을 하면서 살 수 있게 빨리 재정적 독립만 달성하면 좋겠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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