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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기를 갖기로 마음을 바꿨는가즐겁고 행복한 미국 생활/일기 + 여행 2021. 12. 18. 02:56
쇼쇼작가님의 아기낳는만화에 등장할 때만 하더라도 나는 아기를 절대 낳지 않을 확신킹이었다. 하지만 그건 한국에 있었을 때고, 20대 후반이었다.
이제는 나이도 들고, 미국으로 이민도 와서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고 있으니까 생각이 바뀌었다. 아이에 대한 마음을 바꾼 이유들에 대해서 갑자기 생각해보고 정리해보고 싶어졌다.
1. 남편쓰
연애 및 신혼때는 대도시 메트로폴리탄 댄디남이었던 우리 남편은, 나이가 들고 미국으로 이사오면서 점점 보수적인 레드넥 아저씨가 되었다 ㅎㅎㅎㅎ 그래서 토끼같은 자식 둘과 함께 화목한 가정을 이루면서 사는 것을 열망했다. 그래서 나를 설득하기 위해 지난 몇 년간 수고가 많았다. 하지만 나도 아이를 가지는 것이 "싫은"게 아니라, 아이를 안가지는 것이 "더 좋아서" 별 생각이 없었던 것이었기 때문에, 금방 설득에 넘어갔다.
2. 나이
이제는 노산의 나이!! 내가 다니는 병원에서는 34살부터 노산으로 분류해서 각종 노산으로 인한 난산 프로그램에 넣어주는데, 어머나! 내가 34살이 되어버렸넹.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이 50/50라면 (실제로 그러함), 적어도 너무 늦기 전에 시도는 해봐야하지 않겠나 하는 마음이다. 불임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은데, 해보기 전까진 나라고 피해갈 수 있을 거라고 가정하는 것도 웃기고, 시도는 해보고 안되면 안되는 거다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3. 미국 vs 한국. 환경의 변화
사실 환경의 변화가 나의 마음을 바꾸게 한 가장 큰 이유이다.
한국에서의 삶은 너무 팍팍하달까? 집값도 너무 비싸고, 집값 및 물가수준에 비해서 연봉은 터무니없고, 주변에 감놔라 배놔라 하는 사람도 너무 많고, 비교할 사람도 너무 많고 등등 재정적으로 아이를 키울 수준에 도달하기가 불가능할 것 같았다. 게다가 아이를 낳아도 아이가 커나갈 환경이 너무나도 구려서 - 어려서부터 영어유치원에 다니고, 10대를 입시준비하는데 보내고, 20대부턴 지옥같고 팍팍한 삶의 현장을 시작 - 굳이 아이를 그런 노잼인생으로 밀어넣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엄청 크고 화려하고 재미있는 대도시 서울에 살면서, 나 또한 젊은이 생활을 포기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남편이랑 함께 가고 먹어야할 맛있는 음식, 힙한 장소 등이 너무 많다. 친구들과 동료들과 술마시면서 외식하는 것도 너무 재밌다. 적어도 한 10년 동안, 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집-회사-집-회사만 반복하며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미국에 와서 안정된 직업도 얻고 중형도시의 외곽에서 살면서 정말 너무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일단 재정적으로 정말 강해졌다. 서울에 있었을 때, 당시 살던 동네 [집값 / 부부소득 비율]이 한 10-15x 정도였다면, 지금은 3-4배정도 밖에 되지 않아서 부담이 훨씬 적다. 슬프게도 주변에 가족 및 친구가 많은게 아니라 밖에 나가서 유흥으로 돈을 쓸일도 거의 없다. 그래서 저축도 정말 많이 하고 재정적으로 매달 튼튼해지고 있어서, 여기에 아이를 키우는 비용이 추가되더라도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깨끗한 공기, 만년설에서 녹아서 만들어지는 깨끗한 물, 집 뒷뜰에 냇가가 있고, 1분만 걸어나가면 뛰어놀 수 있는 대형 잔디밭이 있고 (집 뒤에 있는 초등학교의 뒷뜰임), 산, 바다, 강 없는게 없다. 상상할 수 있는 각종 스포츠를 할 수 있는 장비 및 장소가 너무 readily available하다. 내 아이를 정말 건강하고 튼튼하게 키울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다. 철인으로 만들고 싶다 ㅋㅋㅋ
그리고 미국은 사람의 삶이 정말 다양하다.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심지어 공공교육을 받지 않고 홈스쿨링을 해도, 나중에 먹고 살 수 있는 직업이 무궁무진하게 많고, 이상한 편견이나 색안경도 없다.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아서 하기에 정말 최적의 나라이다. 한국처럼 남들과 똑같은 과정을 겪고, 경쟁에서 살아남아야하는 그런 스트레스가 없다.
과연 아이를 낳아서 키우면서도 지금 생각과 계속 똑같을까? 궁금궁금. 나중에 되돌아볼때 재밌겠다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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