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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행복을 추구하는 히피 임산부의 요즘 생각들즐겁고 행복한 미국 생활/일기 + 여행 2022. 3. 3. 07:27
갑자기 종아리랑 발이 붓기 시작해서 잠시 일 안하고 누워있으면서 쓰는 글 :)
작년 한 해 인생이란 무엇일까, 진정한 행복은 무엇인가, 조기은퇴 해야지 등에 대해서 엄청 생각하고, 남편이랑 얘기하고, 관련된 책과 블로그를 많이 읽었다. 그러다가 임신하는 바람에 관련된 생각을 정리하고 블로그에 작성하는 것이 잠깐 중단되었는데 - 글만 안쓸 뿐 항상 생각하는건 여전하다.
여전할 뿐만 아니라, 이제는 아이가 생겼으니, 아이와 함께 사는 인생을 어떻게 하면 최대로 행복하게 살면서, 어떻게 아이를 키우고, 어떤 삶을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지에 대해서 생각하느라, 생각의 양은 사실 늘어났다 (특히 저번에 임신당뇨 검사하면서 병원에서 두 시간 넘게 대기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 때 허공을 보면서 이것저것 많이 생각함 ㅎㅎㅎ).
생각하는 시간은 늘었지만, 사실 결론은 여전히 똑같다. 계속해서 열심히 저축해서, 저축만으로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을 달성하면, 일 하는 시간을 줄여 (그럼 소득도 줄겠지만)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리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지내는 시간을 늘리는 것. 예전에는 물질적 풍요를 넘어선 사치 (예 - 일년에 한, 두번 해외여행을 하고 싶고, 여행갈 때 돈 걱정 안하면 좋겠다)를 포기할 수 없어서 재정적 독립이 가능한 금액을 높게 잡았다면, 지금은 당장 아이가 자랄 때 최대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욕심히 생겨서 그 금액이 훨씬 쪼그라들었다. 해외 여행 좀 안가면 어때 ㅋㅋ
뱃속의 아기가 무럭무럭 자라날 수록, 아이를 키우는 좋은 환경에 대한 욕심히 생긴다. 일단 아이는 둘을 낳고 싶고, 나나 남편 둘 중 하나는 full time stay home mom/dad가 되면 좋겠다 (나나 남편 둘 중 하나라고 했지만, 내가 남편보다 돈을 잘 벌기 때문에 - 나는 일하고 남편이 주부가 되는 것이 이미 99% 확정...이지만...내가 주부가 되고 싶당 ㅠㅠ). 유치원 가기 전까지는 데이케어 안보내고 우리가 직접 키우고 싶다. 아이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것도 정말 많고, 아이와 함께 하고 싶은 것도 정말 많다. 그걸 다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
아기 뿐만 아니라 부모님과 함께 보내는 시간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해본다. 최근 아는 사람들의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것에 대해 듣고 배우면서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나와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매니저는 지난 여름부터 파트타임으로 일하는데, 그렇게 결정한 이유 중 하나가 부모님 중 한분이 최근에 돌아가셔서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2년 전 (?)쯤에 미국으로 이사 온 예전에 한국에서 회사 다닐 때의 동료도 아버지께서 돌아가시는 것을 최근에 경험했고, 그래서 인생의 priority가 많이 바뀌어서 한국에서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무모하게 미국에서 사는 도전을 했다고 했다 (미국에서 아주 잘 살고 계시는 듯). 그리고 남편의 큰어머니 (시아버지 형의 전 아내)가 며칠 전 암으로 호스피스에 있다가 생을 마감하셨다 - 아들들은 (남편의 사촌) 아직도 40대인데, 어머니가 벌써 돌아가시다니.
우리 시부모님은 나이가 많으시다. 시아버지는 거의 75세라, 비행기도 장시간 타는 걸 아주 힘들어하신다. 건강하시긴 하지만, 미국인 평균 수명을 생각해보면 (남자는 75세), 매년 한번이라도 더 볼 수 있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 되었다. 일년에 한번 만나는 수준으로 살고 있는데, 이제 10번은 더 만날 수 있을려나?? 라고 생각하면 실감이 확 온다.
물론 나는 시부모님보단 내 부모님을 훨씬 더 많이 만나고 싶다. 우리 아빠도 이제 곧 은퇴할 예정이라 (일만 잘 풀리면...) 시간이 많이 생길 예정인데, 그래서 이제 나도 한국에 더 자주 가고, 부모님도 미국에 더 자주 오면 좋겠다. 아직 우리 부모님은 시부모님에 비해서 10+살은 젊으니 - 아직 시간이 많을 때 더 자주 만나고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다. 그 동안 코로나때문에 너무 못만났음 ㅠㅠ 부모님 데려가고 싶은 곳도 많고, 같이 하고 싶은 것도 정말 많다.
삶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삶의 주요 가치에 대한 우선순위가 그 동안 완전 바뀌었다는게 자주 느껴진다. 예전에 나는 성공적인 회사원 파이터였다. 대학교때부터 취업 걱정을 엄청 했다. 무조건 좋은 회사에서 일하면서, 진급도 잘 하고, 돈도 많이 벌고, 잘 나가는걸 엄청 꿈꿨고, 그러기 위해서 엄청 노력했었다. 심지어 미국에 와서 취업을 했을때도 - 이민 오면서 커리어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했기 때문에 20대 초중반 사람들이 흔히 얻는 직업을 30대 초반에 얻어야 했는데 - 그래서 회사에 있는 나보다 직급 훨씬 높은 비슷한 나이 또래를 보면서 자격지심도 많이 느꼈다. 누가 자격증이나 MBA 등을 위해 공부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뒤쳐질까봐 나도 그런거 해야하나...하면서 걱정을 했었다.
근데 요즘엔 그런 생각이 전혀 안든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 대한 반응이 아예 달라졌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누가 20년 근속했다고 들으면 - 20년 일하면서 왜 돈 모아서 은퇴 안했나 하는 생각밖에 안는다. 누가 높은 직급으로 승진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아이고 가족이랑 보낼 시간이 더욱더 없고 스트레스만 엄청 쌓이겠네 - 난 저렇게 높이 올라가기 한참전에 빨리 은퇴해야지..."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든다. 누가 공부한다고 하면, "저 사람 애가 둘인데 그럼 저녁이랑 주말에 공부한다고 가족이랑 함께 보내지 못한 시간 나중에 뒤늦게 수습하기 힘들텐데..." 하는 걱정 먼저 든다. 물론 지금 투자하고 열심히 일해서 빨리빨리 승진해서 돈을 많이 벌면 은퇴할 수 있는 시점을 앞당길 수 있겠지만, 지금 당장 최대한 행복한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하게 생각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돈이 많이 없어서, 말만 많이 하고 생각만 많이 하지 은퇴는 아직 멀었다 ㅠㅠ. 돈 열심히 벌어서 빨리 은퇴해야지.
(라고 말해놓고 지금 일 안하고 20분동안 누워서 이 글을 썼다ㅋㅋㅋㅋㅋㅋ 근데 어떡해 - 다리가 퉁퉁 부웠는데 이거 먼저 풀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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