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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개월 에블린과 15개월 알란이 키우기
    즐겁고 행복한 미국 생활/일기 + 여행 2023. 9. 26. 09:20

    9/26/2023

    아이 둘을 정신없이 키우다보니깐 시간이 진짜 금방 가네~ 그 동안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다.

     

    1. 도우미 자름 (9월 초)

    도우미 아줌마를 (내가 진짜 더 심한 욕으로 불러주고 싶은 사람이지만, 꾹꾹 눌러서 최대한 불러줄 수 있는 이름이 아줌마인 사람이었다) 한달만에 자르게 되었다. 일단 너무 일을 못하고, 도움이 많이 안되서, 그냥 나랑 엄마랑 둘이 하는게 속 편할 느낌이었고, 생각보다 필요도 없고, 누가 우리집에 있는게 생각보다 더 불편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다른 데 일 빨리 구하시라고 최대한 빨리 말을 드렸는데, 그게 잘못이었나보다. 그냥 바로 내일부터 오지 마시라고 할걸 그랬다. 한달만 채우시고 그만 오시라고 말한 순간부터 완전 180도 돌변해서 돈을 더 달라고 난리를 치지 않나, 아프다고 하루 갑자기 안오고, 마지막 3일은 안나오지만 돈은 달라고, 일하러 와도 아프고 힘들다고 일도 제대로 안하고 그렇게 일주일을 보냈다. 마지막 날엔 그냥 할일 하시고 일찍 가시라고 했더니, 뭔가 끝이 보였나? 갑자기 엄마와 나에게 목소리를 높여 화를 내고 욕을 하고 난리를 쳐서 그 자리에서 쫓아냈다. 마지막 순간까지 입을 안다물고 지랄을 하다가 나갔다. 저런 사람에게 내 아이를 돌보게했다니...한달만에 잘라서 다행이었다.

     

    2. 최악의 타이밍 일본여행 (9월 중순)

    알란이가 내가 장기비자를 제때 준비하지 못하고 왔다. 비자를 얻으려면 국적상실신고를 해야하는데 그러면 시애틀 영사관까지 직접 가야했다. 만삭의 몸으로 + 알란이 데리고 가지도 못할 뿐더러, 영사관도 예약하고 가야하는데 예약이 꽉차서 한국 가기 전에 모든 걸 완료할 수가 없었다. 아무튼 그래서 입국 후 90일 안에 한국 밖으로 한번 나가야되었고, 그 참에 일본에 가서 셤피네 가족을 보고 오기로 했다. 그래서 9월 10일 일요일 출발~ 9월 14일 목요일 돌아오는 일정으로 일본에 갔다.

    일본에 가기 3~4일 전쯤부터 셤피네 가족이 아프기 시작했다. 연재가 아팠고 > 셤피가 아프고, 이재가 아팠다. 하루 이틀 아프면 낫겠지 했는데, 아쉽게도 우리가 일본에 있는 내내 셤피랑 이재가 계속 아팠다. 그리고 알란이도 일본 간지 이틀째부터 아프기 시작했다. 아프니깐 잘 먹고 잘 자야하는데, 자기만의 공간이 아닌 낯선 곳이어서 알란이가 낮잠도 하루에 한 시간 정도밖에 자지 않았다. 그리고 모든 식음을 전폐하고 뻥튀기랑 우유만 먹었다. 맘마밀 7개를 가져가면서 모자라면 어쩌나 생각했는데, 6개를 다시 집에 들고 왔다. 내가 이것저것 해주면서 더 먹여야하는데, 내집도 아니고 셤피가 아프니 할일이 너무 많아서 그럴 여유가 없었다.

    알란이가 아프고 + 낯설고 + 낯선 사람으로 삥 둘러쌓여 있으니깐 찡찡과 엄마껌딱지 모드가 100배 정도 증가했다. 진짜 깨어있는 거의 모든 시간동안 찡찡댔다. 그래서 나는 알란이를 하루종일 안고 있어야했다. 게다가 셤피는 아프고 호호는 일하니깐 집은 개판이어서 내가 그 와중에 청소, 빨래개기, 설거지를 그 집에 있는 내내 계속 해야했다. 그리고 연재 오랜만에 만났으니깐 열심히 놀아주고 싶어서 또 최선을 다해 놀아줬다. 그래서 몸이 5개여도 모자란 느낌이었다.

    수요일 아침, 알란이가 아직 열나고 아프고, 나도 목구멍이 조금 아프기 시작했다. 내일까지 기다렸다간 알란이랑 나랑 둘다 고열로 집에 오다가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바로 비행기표를 바꿨다. 다행히 40불만 더 내고 당일 오후 1시 비행기로 바꿀 수 있었고, 또 다행히 호호가 집에서 일하는 중이라 나리타 공항까지 데려다줄 수 있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많은 걸 배웠다. 1) 알란이는 예민한 편이니, 말로 설명하고 알아들을 수 있을 때까지 (한 3살?) 해외여행은 불가능하다. 2) 앞으로 여행은 모든 사람이 휴가인 상태 (호호도 휴가, 연재도 방학 등)에서 해야한다 - 그래야 누구 하나가 아픈 불상사가 생겨도 노는 것이 가능하다. 3) 원래 마셜오면 일본에 또 한번 가려고 했으나 - 알란이에겐 아빠가 너무 오랜만이라 낯선 사람일테고, 그렇다면 낯선 사람과 더 낯선 사람들이 사는 낯선 곳으로 여행을 하게 되는 꼴이란 걸 깨달았다. 그래서 과감히 두번째 일본행은 포기해버렸다.

     

    3. 모두의 아픔

    일본에 갔다와서 알란이가 아프고 (그래서 목, 금, 토, 일 어린이집 없었음) --> 나도 목이 아프고 콧물이 나는데 다행히 열이나 몸살같은건 없이 4~5일만 좀 증상만 달고 살았음 --> 근데 가장 중요하게 두달된 우리 에블린에게 감기가 전달이되었다 ㅠㅠ

    한 이틀정도 고열은 아니지만 보통 38도, 최대 38.5도 정도까지 열이 났다. 다행히 열은 이틀있다가 떨어지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런데 코감기라 에블린이 코가 엄청 나왔다. 갓난아기들은 입으로 숨을 안쉬고 코로만 쉬기 때문에, 코가 콧물로 막히니깐 애가 숨을 제대로 쉬질 못했다. 제일 심한 날은 애기가 잠도 10분도 못자고 숨막혀서 켁켁거리고 목구멍으로 내려가는 가래에 막 기침하고 답답해서 허우적댔다. 유일하게 오른쪽 어깨 넘어로 세로로 세우고 있어야 숨을 쉬었다. 그래서 엄마랑 나랑 밤에 번갈아가면서 자면서 밤새 내내 에블린을 세로로 세워뒀다. 그 다음부터는 엎어놓으면 자긴 했는데, 그래도 1~2시간마다 깼고, 자는 내내 드렁드렁, 켁켁, 엄청난 소리와 파워의 기침 퀙퀙퀙퀙퀙 등을 끊임없이 했다. 그래서 옆에 있는 사람이 결코 잠에 들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난 한 3일동안 총 7~8시간 잤나? 하루에 두시간 자면 잘 자는 지경으로 지옥의 레이스를 달렸다.

    그러다 할머니도 기침과 콧물이 시작되었고 (그치만 다행히 엄마도 몸살같은 건 안왔다), 나는 이제 몸살 및 미열이 생겨서 진짜 온몸이 부서져버릴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도 아프고, 엄마도 아플라고 하니 심난하고, 에블린 콧물도 큰 차도가 없고, 주말은 다가오고, 하필 이번 주말엔 아빠도 안오고, 그러니깐 막 걱정 및 염려에 또 불면증이 갑자기 도발했다. 그래서 몸살이라 아프고, 에블린 돌보느라 그 동안 잠을 못자서 몸은 미친듯이 피곤하고 죽을 것 같은데 잠이 안왔다. 낮잠도 못잤다. 자도 진짜 반수면상태 한시간? 자면 많이 잔거였다. 그러다보니 또 자는거에 더 집착이 생겨서 더 못잤다ㅠㅠ 이놈의 불면증. 아무튼 그래서 한밤중에 마셜한테 전화해서 울고 불고 했고, 우리 엄마도 걱정되서 잘 못자고, 아무튼 최악의 날을 한번 보냈다.

    그런데 그 다음날 생각보다 몸이 안아팠고, 에블린도 콧물이 좀 줄어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좀 마음이 놓였는지 다시 잘 자기 시작했다. 다행쓰. 잠이 안오는 동안 기도를 열심히 했다. 아이를 낳고 나서, 뭔가 이 세상은 나만의 힘으로 할 수 없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을 참 많이 하게 된다. "내가 잘났으니 다 잘 할 수 있어"라고 생각했던 나의 오만함을 정말 다 없애버리고 주님의 불쌍히여기심을 구걸하는 에피소드가 여러번 있었고, (그럼에도 이 오만함은 쉽게 꺾이기 않고 다시 돌아오지만) 그를 통해서 다시 한번 종교에 의지하는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4. 예쁜이 순둥이 에블린

    태어났는데, 새까맣고 똥그랗고 까만 머리숱만 이만큼이라 덕순이/떡순이/덕슈니/덕재 등으로 불리던 우리 에블린이 진짜 하루가 다르게 예뻐지고 있다. 이제 피부도 아빠 백인인거 티나게 새하얘졌고, 눈은 똥그란데, 머리는 까매서, 진짜 너어어어어어무 매력적이고 예쁘다.

    그리고 진짜 잘 자고 진짜 순하다. 목청껏 우는 날도 많이 없고, 울어도 진짜 금방이다 (요즘에 아프고 나서는 울음이 조금 늘었지만). 너무 안울어서 가끔 애기는 운다는 사실을 까먹을 정도...그래서 울면 이상하다 애기인데 왜 울지? 라는 말도안되는 생각이 잠깐 든다. 3시간 정도에 한번씩 깨는건 태어난지 한달만에 졸업했고, 밤에 한번 5~6시간자기 시작하더니, 금방 6시간 자고 + 밥먹고 + 6시간 더 자는 잠자기 천재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매일 밤 한시간도 못자고 미친듯이 울어재끼고, 3시간씩 잘 수 있을 때까지 5개월 걸린 알란이에 비하면 에블린은 천사가 따로 없다. 낮잠도 진짜 잘 잔다. 살짝 문제가 있다면 많이 안먹는 것. 너무 잘자서 안깨우면 낮잠도 5시간이도 내리 자서 하루에 젖을 진짜 조금밖에 못먹인다. 그래서 낮엔 3시간에 한번씩 깨워서 억지로 조금이라도 먹이는 중이다. 내 생각엔 한번 먹는 양도 되게 적은 것 같은데 - 이게 모유수유의 축복이자 저주 아니겠는가? 얼마나 먹는지 절대 모른다는 것. 그래서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낮 시간에나 열심히 먹이려고 하고 있다.

     

    5. 찡찡이 + 발달폭발 알란이

    한동안 개찡찡이었던 알란이는 일본 여행가기 전 2~3주는 천사가 되어서 혼자 엄청 잘 놀았다. 그러다가 아픈 이후로 또 찡찡이 + 식음전폐 애기로 변했다가 (그래서 아픈 동안 600그램이나 빠지는 불상사ㅠㅠ) 또 다시 혼자 잘 놀고 행복한 아기가 되었다. 계속 이렇게 왔다리갔다리 할건가보다.

    그리고 알아듣는 말도 많이 늘고, 하는 말도 조금씩 늘고 있고, 손가락/몸으로 할 수 있는 동작 같은게 진짜 무한하게 늘어나고 있다. 글로 하나하나 적기가 불가능할 정도. 혼자 놀면서 하는 행동도 정말 귀엽고. 얼굴도 뭔가 개구쟁이 얼굴로 바뀌고, 가끔 개구쟁이 표정도 짓는다. 너어어어어무 귀여워 죽을 것 같다. 놀이터에서도 잘 놀고 (긴 미끄럼틀 혼자 완전 잘 탄다), 어린이집에서도 잘 놀고, 혼자 뭐가 재밌는지 전혀 모르겠는 (e.g. 자동차 목마너머로 떨어뜨리기 무한반복) 놀이도 하면서 잘 지낸다.

    알란이가 에블린에 비하면 지금도 굉장히 힘들다. 에블린은 잠만 자니깐 딱히 할 일이 없는데, 알란이는 열심히 놀아줘야 하니까. 그래도 매일 밤 자기 전에 알란이에게 "오늘 엄마는 알란이가 있어서 행복했어"라고 얘기해주는데, 말할 때마다 그것이 얼마나 사실인지를 깨달으며 가슴이 뭔가 뜨거워진다. 내 사랑 알란꾸 :)

     

    6. 전반적인 서울의 삶

    우리 엄마가 정말 고생이 많다. 운동같은 것도 전혀 못가고 항상 집에만 있으면서 애 둘 돌보는 걸 도와주신다. 진짜 어머니의 은혜란 이런것인가. 하나님이 날 사랑한다는 증거를 엄마에게서 찾는다. 내가 잘한 일이 하나도 없고, 엄마에게 잘한 일은 더더욱 없는데, 그럼에도 나에게 이런 천사같은 엄마를 주시다니. 그리고 우리 아빠도 집에 오는 날에는 열심히 육아에 참여해서, 이제 애기 보는 스킬도 많이 늘었다. 특히 아빠가 알란이 데리고 나가서 놀아주는 것이 엄청나게 도움이 된다.

    집에 가는 11월 중순까지 총 5개월 한국에 있는데 - 뭔가 9월쯤?되니깐 슬슬 집에가고 싶어졌다. 여기에서의 모든 것은 temporary하니까, 뭔가 항상 어정쩡하고 붕 떠있는 느낌. 빨리 마셜이랑 나랑 둘이서 죽이되든 밥이되든 우리 집에서 애들을 키우기 시작하고 싶다. 어차피 곧 해야될거니깐. 다만 집에 일찍가면, 마셜이 육아휴직을 일찍 시작해서 적어도 한 부모가 집에 있는 시간을 늘릴 수가 없어서, 그냥 그것 때문에 꾹 참고 계속 여기에 있어본다.

    오랜만에 서울에 왔더니, 나는 이제 여기에 못살 것 같은 생각이 많이 든다. 우리 동네가 재건축이 하도 많이 되서 예전의 모습이 전혀 없다. 높은 빌딩밖에 없으니깐 엄청 삭막하다. 인기 아파트는 평당 1억에 달할 정도로 집값도 말도안되게 비싸다. 길은 어디나 막힌다. 사람들이 운전도 진짜 험하게 하고, 나는 차 탈때마다 그냥 눈을 감아버리는게 낫다 싶을 정도로 모든 사람이 운전을 아슬아슬하게 한다. 슈퍼에서 사는 식재료 값도 엄청 비싸고, 식당에서 먹는 음식도 별로 맛이 없다. 코비드 이후로 재택근무라던가, 유연근무 등으로 직장인의 삶의 질은 조금 개선된 것 처럼 보이나 (친구들 이야기 + 우리집 앞 롯데건설 직원들을 유심히 관찰함ㅎㅎㅎ), 물론 삶의 질은 미국에서 다니는 회사를 절대 따라올 수 없다. 받는 연봉차이는 당연하고. 삭막한 도시에서 내 새꾸들을 키울 자신도 없고 엄청 미안함이 들 것 같다. 

    엄마아빠는 이제 늙어가는게 보인다. 본인들도 엄청나게 자각하고 계신다. 엄마는 요리도 못하고, 잦은 실수 (칼질하다 손 베기, 음식 먹을 때 흘리기, 뭐 빼뜨리기 등)도 많아지고, 돋보기 진짜 진한걸 쓰지 않으면 눈도 잘 안보인단다. 아빠는 귀가 진짜 안들려서 내가 눈 앞에 앉아서 얘기하지 않는 이상 내가 하는 말은 50%정도밖에 못 듣는 것 같다. 눈 앞에 앉아서 얘기해도 다 못들음. 두분 다 건강에 큰 문제가 없어서 다행이다. 아빠는 코비드 전부터 병원을 팔려고 하나 아직도 못팔았고, 주리호 선생님이 11월 중순에 다른 병원으로 간다는 최후통첩 (및 막판에 또 burning the bridge하는 아쉬운 행각들) 등으로 인해 엄청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은퇴를 하고 싶어도 못하고, 오히려 일을 더 많이 해야하는 상황. 그래도 엄마와 아빠도 이제 은퇴가 눈 앞에 오고, 인생의 마지막 (?) 챕터가 시작되는 느낌을 크게 실감하고 계신 듯 하다.

    각종 은행과 보험사를 돌아가며 방문해서, 한국에 있는 재산도 거의 다 정리했다 (다 한줄 알았는데 생각해보니 퇴직연금이 남아있음). 그 돈을 달러로 환전해서 부쳐야하는데, 환율이 자꾸 나쁜 방향으로 움직여서 큰일이다. 큰 돈이라 (적어도 나에겐) 환율 때문에 날라가는 돈이 상당할 예정. 일단 어떻게 될지 두고봐야하고, 그냥 돈은 천천히 보내는 걸로 생각을 바꿔봐야겠다.

    마셜이 이제 한국에 오기까지 한달 남았다. 엄청 긴 시간이지만, 또 생각보다 빨리 오겠지? 빨리 와서 우리 애기들과 마셜이 다시 친해지면 좋겠다. 마셜이 정말 행복해할 것 같다. 아무튼 그때까지 힘내서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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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잉글리쉬와 함께하는 고급영어 공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