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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 에블린과 19개월 알란이 키우기즐겁고 행복한 미국 생활/일기 + 여행 2024. 1. 3. 05:54
11월 중순 한국을 떠나 미국에 돌아왔다. 다행히 1월까지는 남편과 내가 둘 다 육아휴직 중이라, 알란이와 에블린을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돌볼 수 있었다. 자꾸 미국-한국-미국을 왔다갔다하면서 확확 바뀌는 환경에 알란이가 생각보다 금방 적응해줘서 고마울 뿐.
[19개월 알란이]
내 사랑 알란이는 이제 애기가 아니라 toddler / 어린이가 되었다. 행동 뿐만 아니라, 얼굴도 이제 아기티를 많이 벗었다. 언어를 형성하는 시기를 한국에서 보내서 아직 한국말밖에 알아듣지 못하는데 - 이제 남편이랑 살고, 어린이집도 가기 시작했으니까 점점 영어를 잘 알아들을 것 같다. 이제 곧 말을 할 것 같다! 싶을 때 미국에 왔는데, 이제 영어도 섞여서 그런지 말이 확 늘진 않았다. 두 언어가 알란이 머릿 속에 열심히 쌓이다가 언젠간 폭발할 것 같다.
집에서 낮잠잘 땐 기본 3시간 이상 자줘서 아주 효자가 따로 없다. 밤에도 7시반에 잠들어서, 일찍 깨는날은 6시반, 보통은 7시~7시 반 사이에 일어난다. 일주일에 한 두번 자다가 쪽쪽이가 없어져서 울기도 하는데, 쪽쪽이 셔틀만 해주면 바로 잔다.
잠 관련 이슈는 침대 바꾸기. 지금 자는 아가용 crib이 이제 너무 작다. 아직 머릿속에 '해야지'하는 생각이 안들어서 그렇지, 기어나오려면 충분히 기어나올 수 있는 신체적 능력을 갖췄다. 그런데 침대를 바꿔보니익숙하지도 않고, fence가 없으니깐 금방 기어나올 수 있어서 울구불구 난리치느라 아예 잠을 못자더라. Fence 없이 자는거에 익숙해지라고, 매트리스를 바닥에 깔고 알란이랑 4일 정도 같이 잤는데, 너무 늦게 잠 들고, 계속 내 위에 올라와서 자는 거에 재미들려서, 우리 둘다의 수면의 질이 너무 안좋아서 결국 포기했다. 친구 얘기 들어보고, 인터넷을 찾아보니, 뭐 별 수 없다. 시간이 약이고, 어째저째 하다보면 되겠지.
[업데이트] 알란이가 새 침대에서 하루만에 그냥 잘 잤다. 침대가 갑자기 뿅! 나타난게 아니고, 같이 조립도 하고 이불도 깔아서 그런가? 충분히 기어나올 수 있는데도 안 그러고 잘 잔다. 밤에 깨서 울거나, 아침에 일어나서도 안 기어나오고 침대에 앉아있다.
아직도 조금만 수 틀리면 tantrum이 장난 아니다. 밖에 나가서 노는 걸 좋아하고, 자동차 사랑은 아직도 여전하다. 일람언니가 준 push bike 타는 것도 좋아한다. 자기전에는 책 읽는걸 좋아한다. 혼자서도 꽤 잘 노는 편이다 - 운 좋으면 혼자서 한시간은 거뜬히 노는 듯. 어린이집에 간지 일주일밖에 안되서, 아직도 아침마다 오열을 하지만, 막상 가서는 잘 자고 (1시간 20분정도밖에 안자지만 - 그게 어디냐!), 잘 놀면서 적응해나가는 것 같다.
[5개월 에블린]
모유수유중인 에블린은 많이 안 먹는 것 같은데, 살은 오동통통 잘 찌고 있다. 그래서 chubster라는 별명을 만들어줬다. 오빠가 손이 하도 가서, 언제나 방치상태로 있었고 지금도 그렇다. 불쌍 에블린. 항상 방치해둬서 몰랐는데, 나름 5초 정도 앉아있을 수 있고, 구르기도 가끔 한다. 침을 미친듯이 흘려서 하루에 턱받이를 5~6개씩 쓴다. 손가락은 아직도 엄청 빤다. 눈 앞에 있는 모든 것을 낚아채서 입 속으로 집어넣고 쪽쪽 빤다. 엄마아빠를 보면 함박웃음을 지어서 엄마아빠의 심장을 열심히 녹인다. 이제 안아달라고 칭얼거림도 조금씩 늘고 있다.
낮에는 2시간 정도는 깨어있을 수 있고, 한번 자면 짧게 잘 땐 한 시간정도, 많이 잘 땐 세시간 정도 잔다 (그날 그날 다르다). 밤에도 그날 그날 매우 달라서, 한번에 9시간 내리 자는 날도 있고, 3~4시간에 한번씩 깰 때도 있다. 근데 잘 자는 날은 꽤 드물다. 아직 7시 전에 잠들어서 3~4시간에 한번씩 깨기 x 2(새벽 1~2시까지) + 그 후 6시간 정도 자는 날이 대부분이다.
그저께부턴 (원래 엎드려서 자는데) 고개를 치켜들어 등 대고 눕는 자세로 구룬 후, 미친듯이 울어재끼기 시작했다. 그래서 워낙 순하고 잘 자는 편이라 예정에 없었던 수면훈련 (aka 울어도 무시하기)이 시작되었다. 근데 울어재끼는건 자정까지는 좀 심하고 (두시간에 한번씩 울고, 한번 울때 30분~한시간 멈추지 않고 at the top of her lungs she screams!), 그 다음부턴 아침까지 쭉 자는 편인 것 같다. 다행히 알란이 방 - 에블린 방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소리가 잘 안들린다. 문 다 닫고 백색소음 메이커 틀어놓으면 진짜 귀를 기울여야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 덕분에 알란이는 에블린 우는 소리에 잘 깨지 않고 (잠에 막 든 초저녁에만 좀 깨고, 깊게 잠 들면 에블린 소리는 전혀 못 듣는 듯) 아침까지 잘 잔다. 그래서 수면훈련을 할 수 있게 되었음. 남편과 내가 자는 안방에서도 에블린 우는 소리는 희미하게만 들린다. 그래서 살짝 들려도 무시하고 그냥 잘 수 있다 (하지만, 오늘 아침 나는 에블린이 너무 걱정되서, 5시에 깬 이후로 에블린 이제 깨나 저제 깨나 죽었나 살았나 기다리면서 잠에 다시 들지 못했다 ㅠㅠ 하지만 잘 자고 있는 것이었음).
에블린이 워낙 순해서 울지도 않고, 낮잠도 잘 자고, 손도 아직 많이 안가서, 복직은 했지만 일단 에블린은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키우기로 했다 (그렇게 한달에 2,300불 절약). 나는 집에서 일하고, 남편도 일주일에 반 밖에 일 안하니깐 일단은 매우 가능할 것 같다. 그렇게 해보고 이제 에블린이 커서 손이 많이 가고 일과 육아 병행이 불가능해지면 그 때 어린이집을 고려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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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asterisk를 찍은 이유는 현재 우리집의 핫이슈 "남편의 퇴사 및 육아하기"를 기록하기 위함.
계속 남편이 일을 관두고 full time stay at home dad가 되는 것을 고려해보는 중이다.
어린이집 비용이 워낙 비싸다보니 (애 한명당 2,100~2,300불 정도) 번 돈을 거의 어린이집 비용 대는 데에 쓰는 셈이다. 사실, 아무리 어린이집이 비싸긴 해도, 사실 남편이 계속 일하는 것이 금전적으로 봤을 땐 훨씬 이득이라, 일단은 [부모는 일하고,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을 default로 두고 있다. 하지만, 뭔가 [돈을 벌기 위해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냄 --> 그래서 번 돈을 거의 어린이집 비용으로 씀 ] 방정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Qualitative benefits도 무시할 수 없다. 아무래도 아이들은 집에서 부모님 손에서 자라는 것이 정서적으로는 가장 좋기도 하니깐. 그리고 알란이가 집에 있으면 힘들긴 해도, 가끔은 어린이집에 알란이를 보내놓으면 너무 보고싶어서, 일이 없으면 일찍 데려오는 날도 많다. 지금이야 힘들지, 아이들이 좀 커서 학교에 가면 다시 회사로 돌아갈 수도 있고 (아예 불가능한건 아님), 아니면 마셜은 계속 본인이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지낼 수도 있다. 마셜과 내가 금전적으로 매우 lucky한데, why not take advantage of that?
아무튼...일단 2024년은 여러가지 형태로 실험을 해 본 후, 앞으로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 좀 더 concrete한 결정을 내려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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