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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 대한 고찰즐겁고 행복한 미국 생활/일기 + 여행 2021. 9. 22. 22:30
나이를 먹어서 그런 것인가, 이제 배가 부르고 등이 땃땃해서 그런 것인가.
남편이랑 나랑 둘 다 좋은 직장을 얻어서 정착하기 시작한 한 2년 전부터, 인생에서 이제 이 다음은 무엇인가? 인생의 목표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 자주 생각해왔다.
인생의 목표는 '행복하게 살기'라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행복하게 사는 것이란 어떤 것인가?
그 동안 책도 많이 읽고, 다른 사람들이 쓴 블로그도 열심히 읽으면서 점점 나만의 결론을 내리고 있다. 내가 "I think I figured it out!"이라고 얘기하면, 남편은 징크스가 있을 수도 있으니 그렇게 얘기하지 말라고 한다.
아무튼 내가 내린 결론은 너무 간단하다.
1.
남편이랑 둘이서 홀라당 미국에 이사와서 살면서, 삶에 대한 예전과는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 다른 시각이 나에게 알려준 깨달음은 바로 가족과 친구의 중요성. 그들과의 좋은 관계는 나의 행복지수를 엄청나게 올려준다.
미국에서 살면서 이 동네 저 동네 떠돌아다니면서 새로운 곳에 많이 다녔고, 한국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많이 경험했다. 그럴 때마다 드는 생각은 - "아! 여기는 우리 언니가 좋아하겠다", "여기에 엄마 데리고 오면 엄청 재밌겠다", "오~ 여기는 완전 아빠 스타일이네~" 등 다 가족/친지/친구들 생각 뿐이다. 시댁 가족들도 멀리 살아서 (미국의 동쪽 끝) 시댁 식구들 생각도 많이 한다.
돌아보니 그들이 나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하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기 때문에 항상 가족, 친척, 친구들을 떠올리고 생각했던 것이다.
코로나 때문에, 먼 거리 때문에, 그리고 일하느라 1년에 많은 시간도 못내는 점 때문에 원하는 만큼 가족과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진 못하지만 최대한 자주 영상통화하고 대화하려고 노력 중이다. 나는 미국 온 첫 3~4년은 부모님에게 카톡 외에는 영상통화는 5번도 안한 것 같을 정도로 - 영상통화하고 대화하는걸 영 잘 못한다. 요즘에는 적어도 2주에 한번씩은 엄마/언니랑 통화하려고 노력하고 (아빠 미안 - 아빠가 언제 일하는지 알 수가 없고 시차 때문에 아빠한텐 영통을 잘 못걺), 가끔가다 랜덤하게 친구들이랑도 통화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들과 대화하고 생각을 나누면 그렇게 재밌고 행복할 수가 없다.
그리고 남편과의 관계도 아주아주 중요하다. 나는 남편과 아직도 사랑뿅뿅 우리 애기 우리 예쁜이 우쭈쭈쭈쭈 내 사랑 단계에 잘 머물러 있지만, 가끔 싸우기도 하고, 가끔 남편이 짜증나서 소리 지르기도 한다. 한번 미워지기 시작하면 생각의 꼬리를 물어서 더 미워지게 된다. 나의 행복을 위한 이기적인 목적에서라도 남편을 이해하려고 하고, 남편에게 더 잘해주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 나도 행복하고 남편도 행복해진다.
이런 점에서 예전에는 가져도 그만 안가져도 그만이라고 생각했던 아이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 - evolutionary 상 재생산하는 것이 인간 DNA 박혀있는 인생의 목적이기도 하고, 힘들고 어렵겠지만 다른 생명체를 내가 책임지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키워낸다는 것에서 엄청난 행복과 뿌듯함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근데 임신이 잘 안되네...힝 ㅠㅠ 너무 늙음.
또한 이런 점에서, 친한 이웃 및 미국에서도 친구를 만들어서 좋은 community 안에서 서로 돕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살고 싶다. (지금은 코로나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고있지만)
2.
적당한 수준의 재정적 안정과 시간. 내가 은퇴 빨리하기 시리즈 중 하나로 돈과 시간이 올려주는 행복지수에 대한 글을 쓴적이 있다.
(돈과 시간의 한계효용의 법칙: https://brownenglish.tistory.com/363)
사실 은퇴 빨리하기 운동은 "돈 벌기"나 "은퇴 빨리하기" 자체가 목표인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삶을 살기라는 목표를 달성하게 해주는 수단에 불과하다.
나의 욕망은 아주 단순하고 쉽게 충족시킬 수 있는 수준에 있다. 돈을 엄청나게 많이 벌어서 사고 싶은 것을 다 살 수 있다고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들지 않는다 (소비를 통해서 생기는 지구오염 때문에 스트레스가 더 많이 생길 듯).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가: https://brownenglish.tistory.com/342)
지금 버는 수준으로도 아주 충분하다. I'm on a good track to achieve financial stability. 단지 시간만 더 있으면 참 좋겠다. 저축을 늘려서 시간을 사고 싶다.
죽음 직전의 사람들이 남기는 말이 주는 교훈은 아주 잘 알려져있다. 아무도 "그때 월급 더 준다고 한 B회사에 들어갔어야했어", "그 때 좋은 가격에 나왔었던 요트를 샀어야 했어", "샤넬 가방을 하나 더 살걸.....왜 그걸 안샀지...!"라고 후회하는 사람은 없다.
모두가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걸", "가족에게 더 너그럽고 착하게 대할걸", "사람들에게 좋은 일 하는 것을 더 할걸" 등등을 후회한다.
이들이 후회하는 점을 나는 평상시에도 잘 실천하면서 살고 싶다. 그것이 매일 매일 행복하게 사는 지름길이라고 믿는다.
3. 건강
아프지 않고 건강한 것은 본인의 행복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의 행복까지도 크게 좌우한다. 건강은 유전적으로 어쩔 수 없는 것도 있고, 암 같이 정말 랜덤해서 어쩔 수 없는 것도 있지만, 그 외의 전반적인 신체 및 정신 건강은 자기관리로 잘 관리할 수 있다. 건강한 식습관, 건강한 신체습관, 건강한 정신습관으로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건강은 내가 챙긴다!
(이 문단 쓰다가 앉아있다가 갑자기 일어서는 걸로 바꾸고 뜬금없이 스쿼트를 10개 했당)
끝.
진짜 끝이다. 이거 말고 뭐가 있어?
개인적인 자기개발 및 취미생활이 있겠지만, 그것들은 위에서 정리한 것에 의하면 좀 소소하고 부차적이다.
너무나도 간단한 것! 이걸 guiding principles로 삼고, 나의 하루를 이 원칙을 지키며 살아가면 된다. 물론 실천을 할 수 있냐 없냐는 또 다른 문제이겠지만, 대충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It feels too easy. Am I missing some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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