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빨리하기 FIRE! 프롤로그

돈을 벌자

2016년 5월 미국에 처음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는 정말 먹고 살기가 바빴다. 은퇴는 커녕 그날 벌어 그날 먹기가 시급했다.

2016년 9월까지는 일을 못구해서 저금한 걸 먹고 살았고, 9월부터는 일했지만 비싸고 비싼 LA에서 연봉 44,000불 받아서 paycheck-to-paycheck으로 살고 있었다. 게다가 남편은 그때도 취업을 못해서 글 에디팅하는 걸로 한달에 $1,000정도밖에 못벌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대학원을 통해서 취직을 잘한 친구들을 따라서 우리도 대학원을 또 가기로 했다. 으으 쓰잘데기 없이 석사를 두번이나 따다니. 정말 돈 낭비 시간낭비. 그래서 또 대학원 다니는 1년 (나) / 1년 6개월 (남편) 동안 돈은 1도 못벌면서 저금한거 까먹었다.

미국에 왔을 때 나름 20대 동안 내내 저금한거라 꽤 많이 들고 왔는데, 미국사는 첫 2년 남짓 동안 절반 이상 까먹었다. 그래도 그 중 23,000불은 차 사는데 쓴거니깐 어쩔 수 없다 치자.

대학원을 다닌 덕분에 나와 남편 둘다 큰 회사에서 안정된 직업을 갖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일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우리의 사정이 급속도로 개선되었다.

나는 2018년 8월 마지막 주부터 일하기 시작했고 (학교 끝나자마자, 1주일동안 로드트립으로 이사했고, 이사하자마자 일하기 시작 - 놀 시간이 어디있나요!! 돈벌어야지!!), 남편은 2018년 12월까지 학교를 다니고, 12월 말월에 포틀랜드로 이사오고, 2019년 3월부터 계약직으로 일하기 시작, 11월에 정직원 전환.

회사가 제공해주는 헬스케어 베네핏도 아주 좋고 (나랑 남편 둘다 공짜로 커버된다), 연봉에도 아주 만족하고 (내 연봉만...남편은 좀만 더 벌면 좋겠다 ㅋㅋㅋㅋㅋ), 기타 보너스 및 베네핏도 아주 좋은 편이다. 그래서 저축할 수 있는 금액도 매년 늘고있고, 드디어 코딱지 아파트를 졸업하고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뤘고, 이렇게 여유가 있어지니깐 빨리 은퇴하고 싶어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전에는 돈 받는 일만 주면 평생 열심히 일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배가 불러지니깐 언제 일 그만두나만 생각 ㅋㅋㅋㅋㅋㅋㅋ

 

다양한 취미

한국에서 학원만 다니면서 자란 나는 취미라고 할 수 있는게 없었다. 하지만 미국에는 다양한 취미를 즐길 수 있는 자연, 용품, 문화가 정말 잘 구비되어 있어서, 나도 이제 취미라는 걸 갖게 되었다!

아웃도어 취미는 백팩킹이랑 마운튼바이킹.

인도어 취미는 (이건 집에 살면 어쩔 수 없는 운명) 실내화초랑 앞뜰, 뒷뜰 관리.

남편은 원래도 취미가 많았는데 (자동차, 마운튼바이킹, 오토바이 등) 또 나와 함께, 또는 혼자서 새로운 취미인 우드워킹과 백팩킹을 추가하였다.

그래서 진짜 너무 바쁘다!! 그리고 특히 백팩킹은 문명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서 하는거니깐 운전하고 등산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주말 이틀로는 너무 부족하다 ㅠㅠ 

그래서...아직 건강할 때 (한...40대?) 은퇴를 해서 최대한 자연을 즐기고 취미생활에 몰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FIRE Movement

FIRE는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의 줄임말로, 쉽게 말해 젊어서 돈 잘 벌때 엄청 공격적으로 저금한 다음, 일찍 은퇴해서 저금한 돈으로 사는 것을 추구하는 운동이다. FIRE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돈을 정말 많이 벌어서 사치로운 생활을 하더라도 충분히 저금을 할 수도 있고, 또는 돈을 정말 많이 벌지만 불필요한 지출을 최소화해서 일하는 기간을 고작 몇 년으로 줄일 수도 있다.

나의 경우, 돈을 정말 많이 벌지는 않지만, 충분히 많이 번다고 생각 중. 2019년 census에 따르면 미국 가정소득 중간값이 $68,703 이라고 한다. 나랑 남편은 합쳐서 중간소득의 두 배 넘게 벌고 있다. 소득 1도 없이 살았던 지난 몇 년을 생각하면 상전벽해다. 내가 FIRE를 달성하는 방법은, 1) 소득은 현재 수준 및 미래의 적정한 승진/연봉인상으로 대만족. 소득을 늘리기 위해서 더 빡센 곳에서 일하거나, 하고 싶지 않은 부업을 하고 싶지는 않다, 2)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서 소득 대비 지출을 최소화하고 저금을 통해 재정적 독립을 성취한다 :) 이다. 

이론상으론 가능하지만, 실제로 (특히 미국의 높은 의료비용 때문) 또는 심리상 일찍 은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FIRE하기 위한 기본 원칙을 따라하면 일반적인 은퇴준비에 아주 큰 도움이 되므로, 실현 가능한 현실적인 수준으로 나도 열심히 실천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