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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24주차 일지즐겁고 행복한 미국 생활/임신일기 2022. 3. 5. 02:37
몸 상태:
크게 달라진게 없다. 젖꼭지는 여전히 센시티브하고, 소화는 여전히 안되고 트름 하루에 오백만번 한다. 저녁이 되면 피곤해지고 (먹은게 없어서 더더욱). 배가 더 나와서 뭔가 아랫배의 각도가 현저하게 달라졌다. 배에 있는 임신선이 두꺼워지고 진해지는 중. 살은 0.8파운드 쪘는데, 몸무게는 하루에도 2파운드는 왔다갔다하니, 큰 차이는 없음. 소화가 안되서 밥을 많이 못먹어서 확실히 살찌는 속도가 줄었다.
배가 무거워져서 배 아래로 있는 모든 장기가 눌리는 느낌이다. 어떤 날은 그 무게가 더 현저하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밑이 빠질 것 같음. 일요일에 요리 좀 했다고 중력이 100배가 된 느낌이었다. 그래서 하루종일 최대한 앉아있으려고 노력했다.
수요일엔 아침에 일 열심히 하다가 점심을 먹고 샤워를 하는데, 오른쪽 발이 엄청 부워있는 걸 발견했다. 발가락 사이의 간격이 사라지고 종아리가 땅땅해져있었음. 그래서 재빨리 누워서 베개 두개 위에 다리를 올리고 열심히 붓기를 뺐다. 다행히 그렇게 하자마자 많이 가라앉았는데, 이제 슬슬 붓고 다리에 경련오는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
목요일엔 미팅하는 중에 갑자기 위액이 올라왔다. 다행히 wrap up하는 중이어서 회의에 지장없이 화장실로 뛰어갈 수 있었는데 - 평상시에 하루에 오백만번 하는 트름을 했을 뿐인데, 갑자기 위액이 웩! 하고 나와서 깜짝놀랐다. 엄청 써서 이빨도 또 닦아야했음 귀찮게시리.
이런 불편함과 갑작스러운 에피소드를 제외하고는 몸 상태는 아주 괜찮은 편. 그냥 이런 불편함 3~4개가 24시간 매일매일 지속되니깐 너무 싫고 지겨운데, 또 막 병원에 가야한다던가 침대에 누워서만 지내야한다던가 그렇지 않아서 참 다행이다.
병원 방문:
월요일 아침엔 산부인과 진료 예약이 있어서 다녀왔다. 배 둘레를 쟀고 (정상이었음), 아기 심장박동을 체크했다 (정상이었음). 그런 후, 소변, 임신당뇨 피 검사를 했다. 검사실에 사람이 엄청나게 많아서 첫 내 차례 올때까지만 한 시간 걸렸고, 내 차례 왔을 땐 글루코즈 물 마시고 한 시간 후에 다시 가야했으니깐 총 두 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다행히 이렇게 오래 걸릴줄 알고 오디오 북도 다운받아놓고, 이어폰도 가져갔다. 지질학 책 들으면서 대기했음.
임신당뇨는 다행히 통과. 나의 식단의 90%가 탄수화물 및 당인데, 임신당뇨에 걸려서 식단을 조절해야하는건 나에게 사망선고나 다름이 없다. 그래서 통과해서 정말 다행이었다. 소변검사에는 비정상으로 뜬게 몇 개 있었는데, 의사가 별 걱정 안한다고 했다. 피 검사는 적혈구 카운트가 좀 낮게 나와서 철분을 섭취하라고 추천받았다. 그런데 나는 원래 적혈구 수치가 임신 전에도 원래 낮았어서 별 걱정을 안했다 (헌혈하려고 가면 내 피가 너무 묽어서 도움이 안된다고 거부받은 적도 있었다 ㅋㅋㅋ). 지금 먹는 임산부 영양제에 철분이 없어서 - 캐스트 아이런에 스테이크도 자주 구워먹어야겠고 (히히), 나중에 슈퍼갔을 때 철분제 어떤게 있는지 한번 봐야겠다. 남편은 철분을 섭취하기 위해 이번 주말엔 파이브가이즈에 가서 햄버거를 먹자고 했다 ㅋㅋㅋㅋㅋ.
이제 초음파는 안하냐고 물어봤는데 - 이제 정식 초음파는 없다고 한다. 36주가 되었을 때 잠깐 진료실에 초음파 기계 가지고 와서 아기가 정자세로 잘 누워있는지 그것만 본다고 한다. 미국은 한국이랑 진료의 온도차이가 참 큰 것 같다.
아 그리고 포경수술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라고 조언받았다. 보통은 태어난지 2~3주안에 한다고. 그러면 트라우마도 없고 워낙 회복이 빨라서 심지어 꿰매지 않아도 착 달라붙어서 잘 낫는다고 한다. 의사가 보내준 pros vs cons걸 열심히 읽어보고 아빠한테도 물어보고 생각해봤는데, benefit이 더 많은 것 같아서 아마 포경수술 해달라고 신청할 것 같다.
(미국은 한국처럼 포경수술이 일반화되어있지 않은데, 내 남편은 포경수술을 했다. 고추의 피부가 너무 타이트해서 애기였을 때 했어야했다고. 의사한테 한국사람들은 포경수술 많이 하는데, 내가 어렸을 땐 다들 초등학교 후반부에 했었다고 얘기해줬더니 엄청 깜짝 놀랐다 ㅋㅋㅋ).
운동:
평상시와 비슷하게 스트레칭/요가 + 잦은 산책으로 운동했다. 요가볼을 사서 일할 때 요가볼에 앉아서 골반을 열심히 돌려가면서 일한다. 생각보다 훨씬 편하고, 허리도 전혀 안아프고, 나름 재밌어서 일단은 대 만족이다. 소화가 너어어어무 안되서 밥을 먹고 꼭 산책을 하려고 노력중인데 - 저녁엔 해가 너무 빨리 져서 조금만 늦게 먹으면 그 타이밍을 놓친다 :(. 그러면 스트레칭같은거 해도 잘 때까지 계속 소화안되고 배 아픔. 저녁은 좀 적게 먹고, 일 끝나자마자 바로 먹어서 해 지기 전에 산책 나가기 습관을 잘 들여야겠다. 다행히 10일만 있으면 daylight savings time 시작되서 저녁 산책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늘 예정.
일상:
이번주엔 진짜 한게 하나도 없네...춥고 비와서 남편이랑 나가서 놀지도 않았다. 사진도 아무것도 없음ㅋㅋㅋ
요리를 몇 개 했고 (맥앤치즈, 쉬림프 앤 그릿츠를 만들었다), 새로 산 식빵틀에 식빵을 구워보는 실험을 했는데 반죽을 너무 많이 만들었는지 부풀 공간이 없어서 식빵이 엄청 dense하게 나오고 가운데는 전혀 익지 않게 나왔다. 그래서 다 버렸음 ㅠㅠ 아침에 먹을 그래놀라를 만들었는데 만들고 한번 먹었는데 집에 요거트가 없어서 딱 한번 먹었다. 초콜렛 타르트도 만들었는데 진짜 내가 만들었지만 너어어어어무 맛있었다.
남편이랑 같이 터키미트볼 및 파스타 소스를 한 바가지 만들었다. 너무 맛있음. 사진 좀 찍을걸.
아 맞다 그리고 시어머니가 보내준 남편이 아기일 때 쓰던 용품이 도착했다. 미리 안보내도 되고 나중에 애기 나오면 놀러올 때 그때 가지고 오라고 했는데 굳이 미리 보내셨음.
시부모님은 같은 집에서 40년째 살고 있고, 집이 꽤 커서 뭘 보관할 공간이 많기 때문에 - 40년전부터 쓰던 물건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보관해놓은게 정말 많다 (그것들 다 갖다 버리는게 나의 꿈임...하아...그 집 너무 너저분하고 잡동사니가 너무 많다...).
그래서 남편이 어려서 쓰던 아기 옷, 담요, 책, 장난감 몇 박스가 아직 그대로 그 집에 있었다. 그런데 박스에서 죽은 쥐 시체도 나옴 (!!!!!!!!!!!!!!!!!!!!!끔찍!!!!!). 다 세탁하고 닦아서 보내주시긴 했는데 - 하아...박스 열었을 때 죽은 쥐랑 같이 있었으면, 지난 35년동안 그 박스에 무엇이 들어갔다 나왔는지 모르는데....으으....끔찍.....
몇 개 귀엽고 의미있는 것도 있지만 - 굳이 35년동안 보관할만한 건 별로 없었다 ㅠㅠ 심지어 장난감은 다 부품 없어지고 작동 안되고 그런게 많아서 90%는 결국 버림.
아 어젠 육아휴직 플랜도 짰다.
https://brownenglish.tistory.com/443?category=897274
일지 쓸때마다 '뭐 특별하게 한게 없어서 쓸말이 없네' 하면서 시작해도 결국 주저리주저리 소소한거 쓰다 보면 할말이 많다 :)
임산부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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