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신 25주차 일지즐겁고 행복한 미국 생활/임신일기 2022. 3. 12. 08:02
몸 상태:
이번 주 또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냥 항상 겪는 문제들 - 소화안됨, 소화가 안되서 항상 살짝 역겨운 느낌이 있음, 허리랑 등 부러질 것 같음, 젖꼭지 엄청 센시티브함, 저녁되면 피곤해짐 - 을 여전히 겪었다. 소화 안되는 건 조금 개선되었다.
이번 주부터 철분제를 섭취하기 시작했는데 (저번 주 피검사 결과, 적혈구 카운트가 좀 낮은 편이어서 OBGYN에게 철분제 먹으라고 추천받음), 철분제의 잘 알려진 부작용인 변비에 바로 걸려버렸다. 게다가 이번주는 물도 평상시보다 안 마신 것 같아서 변비를 더 심하게 만든 것 같다. 수요일 오후에 오랜만에 화장실에 갔다가, 진짜 똥 누다가 죽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중학교 때 수련회 갔다와서 변비 걸려서 그 때도 화장실에서 한시간 넘게 엄청 고생한 적 있었는데, 그 때랑 비슷했다. 힘을 너무 많이 줘서 진짜 애기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인데 - 딱 중간에 걸려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고, 결국 거의 울면서 힘 엄청 줘서 결국 눴다 ㅠㅠㅠㅠㅠㅠ 너무 힘들었음 ㅠㅠㅠㅠㅠㅠㅠ 피도 조금 났다 ㅠㅠㅠㅠㅠ 진짜 힘 한번만 더 줬으면 애기도 같이 나올 것 같았다. 그래서 변비를 이대로 두면 안되겠다 싶어서 바로 푸른 쥬스를 사서 반캔 마셨다. 다음 날부터는 괜찮아졌다. 진짜 조심해야지....
지난 2주동안 살이 많이 안쪘었는데, 이번 주는 배 아픈게 좀 괜찮아져서 밥을 더 잘 먹었는지, 살이 일주일만에 3파운드나 쪘다. 살이 찐건지 애기가 그 만큼 급격하게 자라고 있는건지 모르겠지만. 몸무게가 급격하게 늘어난 결과로 원래는 허리만 아팠었는데 이제 등 전체가 아프고 부러질 것 같다. 그래서 산책도 오래 못하겠다 - 허리가 너어어무 아픔.
밤에도 허리가 아파서 그 동안 잘 먹혔던 수법 - 정 자세로 누운 뒤, 허리 아래에 수건을 접어 받치고, 다리 아래 베개를 넣고 사는 것 - 이 이제 안먹히기 시작했다. 옆으로 눕는 자세가 익숙하지가 않아서, 어떻게 해도 배가 낑기거나 당기고, 가슴이 눌린다던가, 아무튼 뭘 해도 편하지 않아서 잠에 들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제 그제는 침대에 누워서 책 읽을 때 처럼 반쯤 앉아서 잤다. 베개 두개를 등과 허리에 놓고, 다른 하나는 다리 아래 넣고 자야 가장 허리가 안아프고 편했다. 자면서 점점 무너지고 내려오는데, 그래도 한밤중에 별로 안깨고 잘 자서 이제는 그렇게 반쯤 앉아서 자는 걸로 작전을 변경하기로 했다.
운동:
보통 산책을 가면 45분짜리 코스는 하루에 한번은 꼭 가려고 하는데, 이번주에는 그렇게 긴 산책은 하지 못했다. 일단 아랫도리 압력이 너무 심해서 그렇게 오래 걸으면 밑이 빠질 것 같고, 배 근육도 엄청 당기고, 그리고 등 전체가 엄청 아파진다. 그래도 20분~30분짜리 산책은 식후에 꼭 했다 (안하면 소화 한개도 안됨). 그리고 티비보면서 또는 자기전에 매일 스트레칭은 열심히 했다. 일할 때 하루에 한, 두시간은 꼭 요가볼에 앉아서 엉덩이를 돌려가면서 일했다.
저번주에 병원에 갔을 때, 밑이 빠질 것 같은것을 지금 주수에 겪는게 정상인지 물어봤는데 정상이란다. 큵 꼭 마지막 달에만 겪어야할 것 같은 느낌인데 벌써 시작이라니. 흙흙흙.
애기 상태:
잘 모르겠지만, 배도 많이 나왔고, 정말 활발하게 발길질을 많이 하는거 보면 잘 자라고 있는 것 같다. 자기전에 특히 발길질이 심해서 잠에 들 수가 없다!!! 좀 잠들려고 하면 공중제비 돌아서 깜짝 놀라게 하고, 다시 좀 잠잠해서 자려고 하면 엄청 차고 막 그런다. 이젠 외관상으로도 발차기 하는게 엄청 잘 보인다.
일상:
여전히 별거 없는 일상. 주중엔 일하고 주말에는 집에서 별거 안한다. 이번주 토요일엔 남편이 일하는 동안 진짜 집에 하루종일 혼자 있었는데 심심해서 죽을 뻔 했다. 맨날 "언제 휴직하냐" 노래노래 부르는데, 또 한편으로는 돈 잘 벌면서 할 일이 있으니 시간이 빨리가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휴직하면 어짜피 유급이니까 - 돈은 똑같이 버는데 일은 안하니깐 더 좋은거 아닌가요?...그렇긴 하군...아무튼!)
회사에서는 내가 주최하고 설명하는 트레이닝이 이번주에 세 개나 잡혀있었다. 45분 설명에 + 15분 Q&A하는게 보통이었는데, 매번 트레이닝 끝나자마자 불쌍한 임산부는 녹초가 되었었다. 진짜 임신하니까 평상시의 에너지 레벨이 확 떨어졌고, 이렇게 집중해야하는 일 있으면 에너지를 다 소진해버리는 느낌이다 ㅠㅠ 근데 나름 중요한 트레이닝 세션이 여러 개잡혀있으니깐, 발표자료를 각 팀에 맞춰서 예시 같은거 다른걸로 바꾸고, 발표 준비하고, 사전 커뮤니케이션하고 그러느라 일주일이 빨리 간 느낌이다.
이번 주의 특별 음식으로 내 사랑 스티키 번을 구웠다. 일요일엔 남편 자전거 헬멧 사러 Tigard 근처에 있는 자전거 가게에 간 김에, 처음으로 Washington Square (큰 몰임)에 가 보았다. 사람이 엄청나게 많아서 깜짝 놀랐다. 오랜만에 몰에 갔더니 진짜 시간여행해서 2000년대 중반으로 온 것 같았다. 그 당시 유행하던 브랜드 (아베크롬비, 빅토리아스 시크릿 등등)가 아직도 똑같이 있었고, 심지어 요즘 힙한 중, 고딩 사이에선 2000년 초반 패션이 유행이어서 (힙합바지, 크롭티, 벨벳 트레이닝 수트 등) 2000년 패션으로 풀 장착한 청소년들도 있어서 더더욱 그 당시로 시간여행간 느낌이었다.
누가 요즘 몰에 가나 했더니, 동네 사람 다 여기 있었고, 우리도 몰에 간 사람이었다 :) 마셜은 화장실 가려고 백화점 2층에 간 길에 리바이스 바지 파는 걸 발견해서, 몇개 입어보고 바지 두개나 샀다! 딘타이펑이 몇년전에 이 몰에 문을 열었다고 소식을 들었었는데, 사람들이 엄청 많이 모여있는 곳이 뭔가 봤더니 딘타이펑 들어가려고 대기하는 사람들이었다. 나중에 한번 가면 좋을 것 같다.
남표니는 베드프레임 디자인을 마무리하고 나무재료를 열심히 사서 milling을 시작했다. 나도 뭔가 취미생활을 시작해야겠다. 원래 종이로 꽃만드는거 배우려고 했는데, 재료사러 가는게 너무 귀찮아서 시작을 못하고 있음 ㅎㅎㅎㅎ 쿠미코 만드는 것도 하려고 했는데, 남편이 쿠미코용 나무 안만들어줘서 시작 못하고 있음ㅎㅎㅎㅎ
아 맞다. 방금 전에는 점심시간동안 회사사람 두 명 (맷 와이코프랑 슈방기) 만나서 인도식당 압나 바자에서 탈리랑 도사 먹고 왔다. 오랜만에 회사사람들 직접 만나서 수다떠니깐 완전 재밌었다.
이게 끝이네 - 다음주에는 내내 비가 와서 더욱 더 할일 없는 한 주가 될 것 같다 힝.
'즐겁고 행복한 미국 생활 > 임신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임신 27주차 일지 (0) 2022.03.26 임신 26주차 일지 (1) 2022.03.19 임신 24주차 일지 (3) 2022.03.05 육아휴직 플랜 (0) 2022.03.04 임신 23주차 일지 (0) 2022.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