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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번째 & 마지막 임신] 34주 - 39주 5일!
    즐겁고 행복한 미국 생활/임신일기 2023. 8. 16. 15:03

    굉장히 오래전의 이야기이지만 기록에 의의를 두고 기억을 되살려서 정리해보는 임신일기 마지막!

    33주가 되었을 때 엄마가 한국에서 날라오셨다! 만삭의 임산부와 한살된 알란이를 같이 데리고 한국으로 가려고 (오마이갓! 고생해주신 어머니와 금전지원해주신 아버지께 무한 감사!). 알란이는 생각보다 할머니와 친해지는데 오래 걸렸다. 한 3일은 손가락하나 건드리지 못하게 했고, 일주일 내내 할머니가 같은 공간에 있으면 알란이가 왠지 신경을 쓰는 느낌이었다.

    34주 때 한국으로 원정출산을 하러 갔다. 원래 장기비자를 만들고 가려고 영사관에 제출 서류를 보냈으나, 아직 국적상실 신고가 되어있지 않아서 실패했다. 저번에 부동산 거래 때문에 국적상실신고 관련 위임장을 쓴 바가 있어서 나는 당연히 신고가 되어있는 줄 알았지만, 알고보니 아니었다. 아닌 경우, 비자 신청과 동시에 국적상실신고를 할 수 있으나, 시애틀까지 가야했기 때문에 - 만삭의 몸과 한살배기 애기 데리고 시애틀을 가긴 매우 힘들었음 - 그냥 포기하고 90일씩 있는 것으로 하고 일단 입국했다. 셤피보러 일본가는 비행기를 혹시 몰라서 미리 사놓았는데, 큰 상관은 없었다.

    처음 오자마자는 알란이 재우는 것이 많이 힘들었다. 시차 적응도 해야하는 상황인데다가 환경도 낯서니깐, 원래는 혼자 놔두지 않으면 자지 않는 알란이가 혼자 놔두면 너무 불안해했다. 그래서 알란이와 같이 침대 매트리스를 바닥에 깔고 잤는데, 내가 조금만 움직여도 엄마가 어디 도망가는줄 알고 벌떡 일어나서 앉아서 엄마를 찾았다 ㅠㅠ 불쌍 알란이 ㅠㅠ 그런데 나는 배 때문에 뭘 해도 불편한 상황인데, 알란이가 깰까봐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 상태여서 첫 이틀은 자다 깨다 자다 깨다 하면서 밤을 보냈다. 첫 일주일 정도는 알란이 재우기도 힘들었고, 알란이도 많이 울었고, 자다가도 자주 깨고 그랬는데, 그 다음부터는 그래도 잘 자기 시작했다. 2주쯤 되었을 때, 이제 꽤 적응했나보다~ 싶었고, 한달정도 되니깐 원래대로 아주 잘 자는 애기가 되었다 :)

    나는 딱히 아픈 곳은 없었으나, 그냥 골반뼈가 굉장히 sensitive한 것, 모든 것이 불편한 것, 무거워서 일어났다 섰다 하기도 힘들고, 어디 나가서 오래 걷지도 못하고 그랬다. 그래서 알란이랑도 제대로 못 놀아주고, 집에서 자주 못나가고 심심한 생활을 이어나갔다. 항상 더워서 - 엄마는 에어컨 틀어놓은 집에서 매일 춥다고 오들오들 떠는 반면, 나는 더워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었다. 살도 엄청 쪄서 (15킬로 돌파!) 심지어는 등짝도 엄청 두꺼워지고 그래서 좀 심난해지기도 했다. 밤에도 꼭 한번씩 깨서 다시 편한 자세를 찾아서 잠들 때까지 한두시간 뒤척거리는 날이 반 정도 있었다. 다른 반은 깨긴 깨도 바로 잠드는 그런 느낌. 다행히 화장실은 자주 가고 싶지는 않았었다.

    한양대학병원에 등록해서 진료를 받기 시작했는데, 진짜 과잉진료 쩔다는 것을 느꼈다. 아빠가 그냥 하라는 대로 하라고 해서 매주 가서 매주 초음파에 태동검사를 하고, 피검사 등등 다 했는데 - 괜히 돈만 쓰고 쓰잘데기 없는 짓이었다 (나는 의료보험도 없어서 매번 갈때마다 20만원씩 쌩돈 다 냄. 마지막 달 검사라고 이것저것 많이 했을 땐 100만원 -_-). 다만 매번 간 이유는, 아기가 커서 (35주때 3.3킬로 돌파, 마지막엔 거의 4킬로로 추정되었었음), 혹시 이번주에 가면 유도하자고 하지 않을 까 기대에 차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뒤늦게 안 사실은, 아기가 아무리 커도, 경부가 짧아지거나/열리거나, 아니면 아기가 내려오지 않는 이상 유도를 해주진 않는다는 점. 아 그리고, 아는 사람 통해서 소개받은 교수님 진료라 뭔가 진료를 매번 취소하기도 좀 예의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무튼 결과적으로 안써도 되는 돈만 날리고 과잉진료로 시간만 낭비했다. 다시 한다면, 병원에서 오라고 해도 그냥 무시하고 안가야지! 하겠지만, 이번 임신이 마지막이므로 ㅎㅎㅎㅎ 그냥 과거에 묻읍시다.임신한 몸으로, 엄마랑 둘이서, 알란이랑 하루종일 놀아주기 매우매우 힘들었고, 엄청 심심해서 매일 매일 백화점, 마트, 까페, 변네 집 등등을 순회하며 다녔다. 내가 알란이를 오랫동안 안아주지도 못하고, active하게 놀아주지 못하니깐 미안하기도 하고, 할머니가 더 힘들었다. 그러다가 7월 3일인가? 2주 조금 지나고 나서부터 근처에 있는 가정 어린이집에 드디어 알란이를 보낼 수 있었다. 나는 정부 보조금을 100% 받지 못해서, 한달에 519,000원을 내야했지만, 미국에서 2,000불씩 내던걸 생각하면 껌값이라 아주 기쁜 마음으로 어린이집을 보냈다. 알란이도 처음엔 조금 울다가 한 3~4일째부턴 울지도 않고 잘 갔고, 선생님 한분에 아이가 두명밖에 안되서 (지금은 3명이지만) 돌봄의 퀄리티도 아주 좋아서 아주 대 만족. 알란이도 어려서부터 어린이집에 간 몸이라, 적응 금방 잘 해서 잘 놀고, 어떨 땐 어린이집에 가고 싶은건지 (? 사실 알 순 없지만), 아침에 막 나가자고 한다.마지막 한 달동안 에블린양은 거의 4킬로까지 자랐고, 기어만 다니고 걷는 건 카트 잡고 걸을 줄만 알던 알란이가, 혼자 서 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더니, 금방 엄청 잘 걷는 토들러가 되었다.임신일기라고 해놓고, 거의 한 paragraph 외엔 다 다른 얘기다 (주로 알란이 얘기). 근데 그게 둘째 임신에 대해서 잘 말해주는 것 같다. 진짜 임신은 뒷전. 둘째는 뒷전. 눈 앞의 알란이가 제일 시급하니깐! 그렇지만 몸이 불편하니깐 시간이 딱히 빨리 가진 않는다. 그냥 지긋지긋 지겨워!의 느낌으로 하루하루 버티면서 살아낸 느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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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잉글리쉬와 함께하는 고급영어 공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