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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번째 & 마지막 임신] 21~24주
    즐겁고 행복한 미국 생활/임신일기 2023. 4. 13. 02:46

    알란이를 임신했었을 땐, 매주 일지를 작성했었는다. 뭔가 불편한 게 많아서 불평도 하고 싶었고, 모든 게 새로워서 기록에 남기고 싶었던 것 같다. 경험이 깡패인가. 겨우 한번 해보고 이제 두번째인데 벌써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 많이 사라졌다. 알란이가 있으니까 할 일이 더 많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몸이 아픈 날이 많아서 (임신으로 아픈게 아니라 감기에 계속 걸려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것일 수도?

    아무튼.

     

    신체적 변화는:

    - 이제 진짜 진짜 배가 많이 나왔다. 안쪽 근육이 엄청 땅기고, 이제 되게 불편하다.

    - 가슴도 많이 커졌는데, 다행히 첫 임신때처럼 센시티브하지 않다. 밤에 옆으로 누워서 자면, 가슴끼리 맞닿고 가슴이 배에 닿는 면적이 커져서 거기서 땀이 막 줄줄 흐른다ㅎㅎㅎㅎ 잘 때 하나도 안 더운데 가슴에서만 땀이 줄줄

    - 저번 달만 해도 골반뼈가 엄청 아팠는데, 다 익숙해졌는지 이제 아무렇지도 않다.

    - 저녁에 소화가 잘 안되서, 보통 저녁먹는만큼 먹으면 재수없는 날은 계속 더부룩하고 소화안되는게 자기 직전까지 이어진다 (5~6시에 저녁을 먹는데도 불구하고). 그래서 저녁은 코딱지만큼 먹는 걸로 정책을 바꿨다.

    - 몸무게는 128 파운드 정도 (110파운드에서 시작했으니까 거의 20파운드, 9kg 정도 쪘다). 첫 임신 땐 복통 및 소화불량이 너무 심했어서 진짜 제대로 못 먹었는데, 이번엔 잘 먹고 별 탈 없어서 그런지 같은 주수에 비해서 2~3파운드 더 나가는 것 같다. 얼굴이 똥그래지고 팔뚝이랑 허벅지에 살이 엄청 붙었다.

     

    감기 및 불면증 때문에 여전히 개고생중:

    - 임신을 하면 면역력이 떨어진다고들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감기를 1월 초부터 지금까지 4개월 내내 걸렸다, 나았다, 걸렸다, 나았다를 무한 반복하는 중이다. 알란이가 어린이집에서 각종 바이러스를 다양하게 집으로 가져오는 것 같다. 나는 그 바이러스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중. 감기가 그냥 코 훌쩍이 아니다. 처음 시작될 때, 열 나고 몸살 기운있고, 코가 꽉 막혀서 숨도 제대로 못 쉬는 걸 일주일을 꼬박한다. 그래서 진짜 너무 아프고 힘들다. 그런 다음, 조금 괜찮아져도 코 막힘, 가래, 가끔가다 오는 두통 등을 한 2주 정도 겪는다. 그렇게 겨우 없어졌나 하면, 새로운 바이러스에 또 걸려서, 열 나고 몸살 겪는 사이클을 또 다시 시작한다. 지금 그렇게 4개월 함... 진짜 지긋지긋하고, 이제 그만 좀 아프면 좋겠다. 두 번째 임신은 첫번째보다 훨씬 수월한데, 임신 관련 통증이 없는 걸, 감기가 메워주고 있어서 짜증나게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입덧하고 처음 아픈 걸 여러번 하는 것 같아서 더 짜증.

    - 몸이 아프니까 열심히 쌓아놨던 불면증/마음수련도 계속 무너진다. 코가 조금만 막혀도, 밤에 못 잘까봐 은근히 걱정되고, 그 은근 걱정 때문에 진짜 잘 못자게 되는 악순환을 겪는다. 그런 다음, 몸이 조금 괜찮아지면 잠도 잘 자다가, 또 새로운 바이러스에 아픈 걸 시작하면 또 무너져서 더 못자고, 못 자니까 더 아프고, 대 환장 파티 시작.

    - 나의 뇌는 도대체 왜 이러는가. 생각이 멈추지 않고 (밤새 누워서 걱정하는게 아니라, 그냥 오만가지 잡생각 및 꿈에서 만들어 낸 이상한 상황 설정), 생각이 멈추지 않으면 잠에 쉽게 들지 않는다. 불면증이 생기기 전에 어떻게 잤는지 기억이 안난다. 그 땐 그냥 아무 노력없이 머리만 대면 잠들었으니까 뭐 기억날 만한게 없었겠지 ㅎㅎㅎㅎㅎ. 아무튼, 짧은 비디오 같은 걸 핸드폰으로 보는 걸 줄이고, 하루에도 몇 번씩 계속 명상을 하는 습관을 (지금도 하려고 노력하지만) 더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야겠다.

     

    병원 이벤트:

    - 이번엔 다행히 피가 나와서 병원에 가는 등의 응급상황 / 불상사는 다행이 없었다.

    - complete blood count를 했는데, 적혈구 및 헤모글로빈 수치가 낮게 나왔다. 그래서 어제부터 철분약 먹기 시작. 저번 임신 때도 똑같았고, 사실 나는 적혈구 수치가 원래 꽤 낮은 편이다. 그래서 피가 묽어서 내 피 따위는 필요없다고 헌혈을 거부당한 적도 있음ㅋㅋㅋ 저번 임신 때 철분약 먹는 중에 변비에 심하게 몇 번 걸려서 똥 누다가 애기도 낳을 뻔 하고 (느낌상), 심지어 하룻밤은 똥이 똥꼬앞에 걸려서 그 압력이 너무 아파서 밤새 한숨도 못자고 고생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변비 안걸리게 조심하고, 언제 똥 마지막으로 눴는지 열심히 기억해놔야지.

    - 소변 검사는 다 이상 없음.

    - 임신당뇨 검사도 통과! 알란이 임신했을 때 보다도 더 낫게 나왔다. 히히히히히히히. 요즘 먹고 싶은 거라곤 달콤한 것 밖에 없는데, 원없이...까지는 아니지만... 걱정없이 먹을 수 있어서 다행.

     

    일상:

    - 일복 없는 건 여전해서 - 임신해서 곧 출산휴가 떠날 거니깐 크게 할 일이 없고, 매니저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 매일매일이 심심하다. 그래도 감기 걸려서 아픈 동안 하루종일 컴퓨터 한번 안켜고 누워있을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할 뿐. 그리고 알란이가 데이케어에서 안자면 일찍 데리고 올 수 있어서 좋다.

    - 내 사랑 알란이는 이제 10개월에 접어 들었다고, 낮잠 및 밤잠이 현저하게 줄고 있다 ㅠㅠ. 원래 낮잠 통합 3~4시간 자고 (데이케어 안간 주말에), 그러고 나서 밤잠도 14시간 스트레이트로 자는 세상에서 제일 쉬운 애기였는데ㅜㅜ. 어린이집에서 한숨도 안자거나, 기껏 30분 정도 밖에 안자서, 집에 데리고오자마자 씻기고 밥 먹이고 5시쯤에 재우는데, 그러면 다음 날 원래 7시 넘어서 깼으나, 이제 맨날 6시 몇분에 깬다. 그저께는 5시 20분!!!!! 그 다음 날 5시 50분!!!! 어차피 나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편이라 (그리고 불면증 때문에 새벽에 원래 많이 못 잠), 내가 가서 7시 반 정도까지 독박으로 애기랑 놀아주는데, 매우 피곤하다 ㅋㅋㅋㅋㅋ 하지만 우리 싱글벌글이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고 좋아 죽겠다. 둥가둥가 내 아들. 내 사랑 알란꾸.

    - 에블린도 빨리 태어나면 좋겠다. 임신을 그만하고 싶은 마음 반 + 에블린도 빨리 태어나서 알란이한테 주는 것처럼 마구마구 사랑해주고 싶음 마음이 반이다. 지금은 뭔가 사람도 (?) 아니고, 그냥 뱃속에 있는 불편한 애라서 별 느낌이 없다.

    - Michael's에서 crochet 코바늘이랑 실 두개를 사왔다. 그래서 아파서 누워있으면서 패턴 3개 정도 연습해보았다. 소질이 없는건가, 하다보면 실력이 느는건가... 손이 두뇌랑 동 떨어진 느낌이 든다. 원하는대로 왜 손이 안움직이지. 왼손은 정말 해도해도 너무할 지경으로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다. 그리고 중간은 잘하는데 끝 부분이 너무 헷갈리고, 왜 동영상에서는 실 모양 잘 보이는데, 내가 하는건 다 말려서 아무것도 안보이는건지 모르겠다. 근데 앞으로 임신한 동안 심심할 예정이니, 계속 해보겠다.

    - 임부복을 사서 좀 예뻐졌다. 큰 돈 쓰기는 싫어서 Old Navy에 가서 큰 옷을 사려고 했는데, 딱히 마음에 드는게 없었다. 그래서 옆집 Ross에 처음으로 들어가봤는데. 또잉! 거기가 바로 정답이었다. 청소년 섹션에 가서 L이나 XL 사이즈로 사면 (즉...비만 청소년용 옷) 길이는 안 긴데, 배 둘레는 딱 맞다! 그래서 까만색 플리츠 치마랑, 원피스 세 개를 샀다 (하나에 10불 남짓). 플리츠 치마 위에 까만 티 입고 가디건을 입는게 교복이 되었다. 근데 이 교복 입으면 사람들이 다 예쁘다고 칭찬해줌 :) 대만족쓰

    - 빨리 한국에 가서 머리를 자르고 싶다. 여기선 맨날 숱을 시원찮게 쳐줘서 (숱을 친다는 개념이 없는 듯...) 머리가 너무 무겁고 좀만 기르면 바로 산발이 된다. 지금도 너무 오노요코같음.

    - 임신 때문에 머릿 속이 캄캄해져서 책이 눈에 잘 안들어오는데, 오디오북으로 다운받아서 책이랑 같이 읽으면 좋다. 아니면 그냥 책 없이 오디오북으로 듣거나. 요즘 책 진도가 아주 빨리 나가는 중. 감기 때문에 아파서 독후감을 자주 못써서 그런지, 독후감 쓰는 속도가 책 읽는 속도를 못따라가는 중. 앞으로 크로쉐하면서 오디오북이나 열심히 들어야지.

    - 집이 하루살이 공격을 당하는 중. 내 화초 어디선가 시작한 것 같은데, 아무튼 아무리 비눗물로 뿌리고, 청소기로 다 죽이고, 뭘 해도 줄지 않는다. 아파서 관리도 못하니깐 더 심해지는 중.

    - 겨울이 끝나질 않는다. 춥다춥다하는 서울도 이젠 봄이 되어서 따뜻한데, 여기는 아직도 50도 초반에 머물러있다. 그것도 맨날 40도에 머물러 있던 것에서 겨우 올라왔다. 근데 비는 무지하게 온다. 이번 주엔 비가 안그치고 계속 와서 동네 계곡에 홍수나서 도로도 다 침수되고 막혔다. 앞으로 10일 forecast도 계속 춥고 비가 계속 온다. 나무에 새싹이랑 꽃들도 이제 서서히 피기 시작하는 중. 올해는 봄이 두달 정도나 늦게 오는 느낌. 5월이 되어서나 60도 넘고 따뜻한 날들이 시작될 것 같다.

    - 아맞다. 마셜이 이제 40% 돈 받으면서 노는 12주 기간이 끝나서 다시 일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침이 부산해지고 불쌍 애기가 데이케어에 7시 반에 가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주부터는 다른 팀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캠퍼스는 우리 집에서 제일 가까운데라 출퇴근이 5분밖에 안걸리는 장점이 있지만, shift가 30분 더 빨라서 아침에 더 일찍 일어나게 되는 단점도 생겼다. 근데 큰 차이는 없는 듯. 도시락 싸야하니까 뭔가 집안일이 더 늘어난 느낌. 초반에 며칠은 내가 싸줬는데, 그 다음엔 내가 몸져 누워서, 불쌍 마셜이가 8시에 퇴근하고 집에오면 밀린 집안일 다 하고 도시락 싸고 샤워하고 바로 자야하는....불쌍 새나라의 독박집안일 및 육아 남편이 되었다.

    - 셤피가 아직도 우울증에 심하게 시달리는 중. 뭔가 도움이 될 만한 일을 열심히 해보려고 하는데 (대화하고, 전화하고, 관련된 책 읽고,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이게 도움이 되는건지 어떤건지도 모르겠고, 나까지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나도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우울증에서 벗어났으니, 셤피도 곧 그럴 것이라고 굳게 믿고있다! 열심히 헤쳐나가봅시다.

     

    임신 일기로 시작해서, 잡다한 일상 생활을 정리한 일지로 끝났넹.ㅋㅋㅋ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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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잉글리쉬와 함께하는 고급영어 공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