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둘째 에블린 출산기
    즐겁고 행복한 미국 생활/임신일기 2023. 8. 18. 11:38

    2023년 7월 18일 출생!

    에블린 예정일 6주전에 출산을 하러 한국에 왔더니, 그 6주동안 뭔가 이제 나오나, 저제 나오나 계속 기다리는 모드였다. 일단 만삭의 몸으로 알란이 돌보는 것도 굉장히 힘에 부쳤고, 모든 것이 너무 불편해서 밤에 잠도 잘 못잤다. 그래서 빨리 나오기를 바라고, 얼른 유도해서 내보내길 바랬지만, 결과적으론 38주 6일에 제발로 나와주었다.

    출산일 아침에 외래 진료가 있었다. 초음파와 내진을 했더니 경부는 살짝 짧아지긴 했지만, 아기가 전혀 내려오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나의 강력크한 주장 (진료 보러 갈 때마다 항상 빨리 낳게 해달라고 했다)으로 당일 밤에 유도를 하기로 했다 (그리고 유도 시켜달라고 할 요령으로 입원 짐까지 다 싸들고 진료를 보러 갔었다).

    그런데 밤부터 유도를 시작하는데, 입원을 아침부터 하면, 알란이 어린이집 끝나고 엄마가 혼자서 애 보는게 힘들까봐 - 입원 수속을 다 마친 뒤, 이따가 저녁에 다시 오겠다고 하고 집에 갔다.

    그래서 집에 와서 점심을 먹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점심을 다 먹고 좀 있으니까, 유난히 배가 뭉치고 골반이 아팠다. 아침에 입원 짐으로 싼 큰 가방 두개를 이고 지고 다니면서 진료하고, 여기가서 수납하세요, 저기가서 코로나 검사하세요, 여기에서 입원 절차 밟으세요 - 하라는 대로 여기저기 엄청 걸어다녀서 좀 몸이 피곤한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점심을 먹고 2시쯤부터 잠깐 누워있었다. 근데도 계속 배가 뭉쳤다. 막 이게 진짜 진통이다!! 하는 확신은 없었지만, 평상시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다. 2시 반쯤 되었을 때, 뭔가 불안해서, 아파도 병원 입원실에서 아픈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집에 온지 3시간만에 다시 병원에 가기로 했다. 엄마가 차로 데려다줬고, 3시쯤 병원에 도착해서 입원실까지 가는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이미 배가 엄청 아팠다! 입원실에 도착하자마자 간호사님께 저 진통하고 애가 나올 것 같아요! 하고 외쳤다.

    그래서 입원실에 가서 후다닥 옷을 갈아입고 바로 분만실로 들어갔다. 내진을 해보기 6.5센치 정도 cervix was dilated. 바로 링거주사를 꽂고, 관장을 하고, 제모를 했는데 - 이미 진통이 너무 심해서 엄청 끙끙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무통을 요청했으나, 마취실에서 사람이 없다고 하고, 사람 불러도 진행 속도가 빨라서 어차피 마취팀 오기 전에 애 나올거라고 했다. 그래서 바로 포기. 그러고는 금방 소리를 지를 정도로 아프기 시작해서 몸을 베베 꼬으며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기 시작했다. 의사선생님이 내진을 했는데, 경부에서 탯줄이 느껴진다고 했다. 모르긴 모르지만 진짜로 그러하면 응급 제왕을 해야하는 상황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교수님을 불러서 또 내진을 했는데, 교수님은 안느껴진다고 했다. 그래서 두 분이 어떻게 할지 논의를 하였고, 나는 그 와중에 소리를 꽥꽥 지르며 진통을 하고 있었다. 결국엔 애기가 완전 나오기 시작해서 분만실로 옮겨졌다. 나한테 힘 주지 말라고 하는데 힘이 저절로 들어가서 안 줄 수 가 없었다. 그래서 비명을 지르는 와중에도 "힘이 저절로 줘져요 ㅠㅠ"라고 변명함 ㅋㅋㅋㅋㅋ 이미 애기 머리가 밖으로 나와서 막 분만실로 이동하는 동안 간호사가 애기 머리를 막 못나오게 손으로 막았고, 의사 선생님이 "아 그냥 여기서 합시다!" 하는 소리도 들렸다. 분만실에 들어가자마자 그냥 자리 안잡고 대충 들어간 입구에서 출산한 듯.

    신기하게도 애기가 다 나오지 않았지만, 머리가 거의 나오니깐 진통이 전혀 없었다. 휴~ 그 때라도 진통이 없는게 어디야. 내가 회음부 절개하지 말라고 말했지만, 절개를 했다 (자르는 느낌이 들었음). 애기는 잘 나왔다. 그리고 질을 꿰매고 하는 후속 조치가 끝나고, 배를 꾹 누르니깐 (좀 세게 눌러서 깜짝 놀라고 조금 아팠다 - 진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태반도 주륵 따라나왔다.

    아 그리고 웃긴 건, 관장은 안해도 되는데 왜 해가지고, 진통하면서 배에 힘 들어갈 때, 관장할 때 넣은 물이랑 똥이랑 엄청나게 나왔다. 그리고 임신 기간 동안 변비였어서 똥이 배에 엄청 많았었었는지, 애기 나오자마자 변비똥도 퐁퐁퐁퐁퐁퐁 하면서 따라서 엄청나게 나왔다 ㅎㅎㅎㅎㅎ 거의 애기 반 똥 반을 낳은 출산이었다.

    아무튼, 진통이 2시에 시작했는데, 4시 15분에 출산을 했으니, 정말 초스피드로 진행된 출산이었다. 나는 둘째는 빠르다고 해서 뭐 4~5시간 걸리는 줄 알았는데, 2시간 걸릴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그리고 진통도 막 처음에는 20분 간격이고 그러다가 점점 빨라지는 건줄 알았는데, 나는 처음부터 5분 간격 정도 되는 것 같다. 뭔가 어안이 벙벙한 출산이었다. 아 그리고 알란이는 태어났을 때부터 머리가 금발 느낌이 있었는데, 에블린은 새까맣고 숱 엄청 많고 긴 머리로 태어나서 완전 한국인으로 태어났다. 나를 닮았군.

    안뇽! 에블린. 우리와 함께 잘 살아 봅시다!

     

    댓글

브라운잉글리쉬와 함께하는 고급영어 공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