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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개월 에블린과 14개월 알란이 키우기
    즐겁고 행복한 미국 생활/임신일기 2023. 8. 18. 12:18

    2023/08/18

    한국에서의 육아 기록

     

    출산 후, 이틀동안 입원해있는 동안엔 에블린을 거의 못봤다. 코비드다 어쩌다 해서 애기를 만나는 게 하루 한번밖에 안되고, 그 마저도 뭐 이거에 동의 사인, 저거에 동의 사인 받고, 설명듣고 하면 10분 보면 고작. 내 애기인데, 심지어 아무 문제도 없는데, 만나지도 못하게 하는게 좀 어이가 없었다. 게다가 나는 퇴원하는데, 애기는 하루 더 데리고 있는다고 했다. 아무 문제도 없는데? 너무 한국의 지나친 과잉보호/과잉진료를 또 경험하는 것 같아서 좀 짜증이 났다. 아무튼 그래서 조리원에 먼저 들어가고, 애기는 다음 날 데리고 왔다.

    조리원은 천국까지는 아니었지만, 확실히 잘 쉬기는 했다. 나는 신생아실 (8층)과 다른 층 (7층)에 있는 방에서 묵었는데, 조리원 정책 상, 다른 층에 있는 산모들은 아기를 자기 방으로 못가지고 가게 했다. 읭? 내 애긴데, 왜 또 내 마음대로 내 방에 데려가지도 못하는가. 좀 웃겼다. 아무튼 조리원에 있는 동안 밤에 유축 한번 포함해서 유축도 열심히 해서 젖양도 많이 늘려놨고 (진짜 2~3일만에 20ml에서 120ml로 금방 확 늘었다), 회복도 일주일 정도 되니깐 90% 다 한 느낌이 들었다. 첫째에 비해선 조금 느리게 된 느낌. 최대한 수유콜을 받아서 모유수유를 하고 싶었으나 (밤은 제외하고), 생각보다 전화가 안와서 하루에 두번? 정도 할까말까였다.

    조리원 둘째 주는, 슬프게도 알란이 어린이집이 방학이라, 조리원에 신생아만 맡겨두고 아침 7시부터 집에 와서 엄마와 함께 알란이 육아를 했다. 처음에는 조금 딜레마였다. 조리원에 남아서 최대한 모유수유를 해야하나...하도 안해서 젖병에 익숙해지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들었다. 그치만 알란이를 혼자 하루종일 돌보는 것은 너어어어어어무 힘든 일이므로 집에 가서 엄마를 도와주는 것이 아주 필수적이었다. 그래서 결과적으론 에블린은 뒷전에 두고 알란이를 돌봐주러 집에 왔는데 - 지금은 에블린이 엄마 젖을 제일 좋아하는 걸 보니 (어쩔 수 없는 본능인가 보다),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조리원 밥은 맛있었으나, 아침부터 생선구이가 나오는 한식을 먹는 것이 좀 곤혹이었다. 그리고 맛은 있었으나, 어떤 건 MSG맛이 느껴질 정도로 조미료를 너무 많이 넣은 것 같았다. 거의 매번 미역국이 나오는데, 난 미역을 싫어하므로, 국물 몇 번 떠먹고 매번 다 남겨서 미안했다. 그리고 막판에는 좀 지겨워서 집에 빨리 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도우미분을 앱을 통해서 구했는데, 휴가를 간다고 해서 조리원은 수요일 아침에 퇴원이었는데, 그 다음주 월요일부터나 오실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수,목,금,토,일을 엄마랑 둘이서 (+주말엔 아빠랑 셋이서) 알란이랑 에블린을 돌봤다.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뭐 별 큰 이벤트로 느껴지진 않네. 할만 했나보다.

    에블린은 아주 쉽다. 잠도 얼추 잘 자고 (밤에는 2~3시간씩 잘 자고, 모유수유하니깐 수유하는게 쉽고 빨라서 훌륭하다), 뭐 칭얼대면 안아주면 되는거고. 자고 먹고 자고 먹고 하는 신생아는 껌이다. 레벨 1. 아직도 100% 헤어져나오지 못하는 불면증의 여파 덕분(?)에, 중간 중간 깨는 것에 워낙 익숙해져 있어서 그렇게 힘들지 않다. 그래서 낮잠도 매일 안자도 됨. 에블린은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고 무럭무럭 크는 중이다. 

    어려운 것은 알란이다. 원하는 것이 많고 원하는 바가 아주 뚜렷한데, 말을 못하니깐, 징징거리는 것이 아주 심해졌다. 밥은 여전히 잘 안먹어서 매번 밥 먹이는 것도 매우 힘들다. 그냥 먹지마! 하고 싶지만, 그러기엔 알란이가 너무 어려서 어떻게 해서든 먹여야하는 것이 문제 ㅠㅠ. 아무튼 찡찡도 엄청 심해지고, 위험하고 다치기 쉬운 것/곳만 좋아하고, 그 와중에 잡으려고 하면 자기 몸 만지지도 말라고 질색을 하고. 너무 어렵다. 어렵다 어렵다 해서 어려운가? 사실 알란이가 놀 때 옆에 앉아만 있거나, 그냥 대충 몇 마디 하면 끝인데도, 그게 뭐라고 진이 빠지고 혼이 나가는 느낌. 유아 육아가 다 그런 것 같다.

    내 경험 상, 육아는 반 이상이 마음가짐이고 정신이다. 신체적으로는 그렇게 힘들지 않음. 너무 알란이가 어렵다 어렵다 생각하지 말아야겠다. 하지만 애가 둘이니 일단 사람이 둘 이상 필요한 건 너무나도 분명해졌다. 하루 종일 쉴 틈이 별로 없음.

     

    도우미분은 괜찮으신 분인 것 같은데, 확실히 전혀 모르는 사람을 데려와서 내 집에서 (심지어 내 집도 아님. 엄마집에서), 내 방식대로 맞춰나가려고 하니 꽤 힘들다. 사람 부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마음에 드는 점 반, 마음에 안드는 점 반이다. 그걸 마음에 들게 맞춰나가고, 도우미분의 특성을 잘 파악해서 그렇게 만들어나가는 것도 고용주인 내 몫인 걸 깨닫는 중이다. 그래도 좋으신 분 인 것 같아서 다행이기는 하다. 그리고 목소리가 나긋나긋하고 조용하신 분이라 만족. (하지만 곧 미친사람이라는 걸 알게되어 바로 자르고 집에서 쫓아냄)

    도우미분이 있으니, 엄마도 이제 알란이 어린이집 간 시간에는 운동하고 마사지 받고 등등 본인의 삶을 조금 찾았다. 나도 은행가고, 운동하고 (운동은 아직 못하지만 할 예정 ㅎㅎㅎ) 등등을 할 수 있어서 매우 좋다. 지금 기억이 남아있을 때 블로그에 출산 및 육아 기록을 하는 것도 도우미분이 에블린 안아주고 있으니깐 할 수 있는 럭져리 :) 최대한 이 기간을 효율적으로 쓰고 싶은데, 뭐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좋을 것인가. 이것 저것 생각을 해봐야겠당.

     

    아 그리고 이번에는 산후우울증을 잘 피해간 것 같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아주 멀쩡하게 잘 있다. 알란이 때 내 머릿속에 든 우울증으로 비롯한 생각들 (알란이가 너무 힘들어서 미래가 없는 것 같은 느낌, 잠에 대한 집착, 모든 걸 끝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느낌, 신생아 아기가 너무 힘드니 정상적인 삶 대신 비상모드로 살아야한다는 강박관념? 등등)이 전혀 없다. 그래서 행동 또한 아주 정상이다. 이번에 잘 지내니깐 알란이 낳았을 때 내가 얼마나 미친놈이었었는지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산후우울증이 정말 무서운거구나 (그래서 최근 산후우울증 전용 우울증 약이 FDA의 승인을 받았다는 기사를 보고, 미래의 산모들을 위해서 매우 기뻤고, 그 기사에 적혀있는 댓글을 보면서 (본인이 수년전에 겪은 산후우울증 이야기) 나만 그랬던 것이 아니었구나~하면서 마음의 위안을 많이 얻었다).

     

    확실이 우리집이 아니고, 엄마집에서, 남편 없이 육아를 하니깐 좀 안맞는 것 (아주 사소해서 안맞다고 하기도 좀 뭐하지만)도 있지만, 그래도 엄마의 도움, 도우미를 고용할 경제적 지원을 받으면서 육아를 하니 정말 수월한 것 같다. 쉽다고는 할 수 없으나...해도 죽지 않을 것 같음 :)

    그럼 앞으로도 알란이와 에블린을 사랑을 듬뿍 담아서 키워봅시다~ 빨리 남편이 한국에 오면 좋겠다. 보고싶은 내 사랑 마셜! 마셜도 우리 애기들이 얼마나 보고싶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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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잉글리쉬와 함께하는 고급영어 공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