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복권에 당첨된다면 어떻게 살고싶은가요? (ft.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가)
    은퇴 빨리하기 FIRE! 2021. 9. 3. 03:38

    여유로운 주말, 따뜻한 뒷뜰 patio에 앉아서 나무와 풀들을 바라보면서 독서 중

    미국의 복권 규모는 엄청나다.

    2~3년전 Powerball의 당첨금이 $1B까지도 올라간 적이 있었고, 방금 구글검색을 해보니 Mega Millions랑 Powerball 둘 다 이번주 당첨금이 $300M이 넘는다.

    복권에 당첨되면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1. 회사를 관둔다. 아침에 알람없이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날거다. 다시는 project roadmap, timeline, next steps 따위의 내용으로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만들지 않을것이다!!! 다시는 회의 중에 나온 거지같은 질문에 "ㅅㅂ 내가 저번에 이메일로 다 설명했는데, 그거 읽는데 5분을 쓰기 싫어서 안읽다가 이제와서 질문하면 어떡하냐!!" 라고 말하고 싶은걸 꾹 참고 "oh, a great question!" 하면서 내가 가진 모든 인내심 5년치를 미리 빌려와서 다시 설명하지 않을 것이다!!!!!

    2. 아침에 여유롭게 일어나서 커피를 만들고 아침을 먹는다. 잠깐 뒷뜰에 나가서 잡초를 뽑고 아름다운 꽃들과 내 가든 채소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을 감상한다. 그리고 너무 잘자서 얼굴이 퉁퉁 부었으므로, 30분 정도 요가로 스트레칭을 한다.

    3. 매일 매일 운동을 할 것이다. 적어도 하루에 한 시간. 자전거도 타고, 등산도 하고, 남편과 대화하면서 하염없이 걷고, 달리기도 하고, 테니스도 배울 것이다. 건강한 몸과 건강한 정신을 가질 것이다.

    4.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을 늘릴 것이다. 한국/일본을 매년 방문하고, 가족을 우리집으로 매년 초대해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 시댁에도 매년 방문하고, 시댁 식구도 매년 초대해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이다.

    5. (아이를 키우게 된다면) 아이와 함께 계곡에서 땅 파고, 물고기 잡고, 개구리 잡고, 공 던지고 놀고, 함께 책 읽고, 함께 공부할 것이다.

    6. 여행도 많이 다녀야지. 내가 가고 싶은 모든 산에 다 갈 것이다. 미국의 국립공원에 (알래스카에 있는거 몇 개 빼고) 다 가는 걸 목표로 삼을 것이다. 해외여행을 가면 최소 한달은 그곳에서 묵고 생활하면서, 다른 나라에서의 삶을 조금이라도 자세히 엿보고 싶다.

    7. 요리와 베이킹도 많이 할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피자를 만드는 사람이 될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한국식 비싼 식빵을 어떻게 집에서도 만들 수 있을지 연구하고 싶다.

    8. 각종 취미생활을 마음껏 즐길 것이다. 책도 많이 읽고, 남편 가구 만드는 것에 보조로 참여하고, 쿠미코 만들어서 온 집안을 꾸미고 싶다. 가드닝도 열심히 하고, 앞뜰 랜드스케이핑도 개선하고 싶다. 새로운 언어도 배우고, 알고 싶었던 분야 (지질학?)을 공부하고 싶다. 내 자신을 매일 매일 개발하는 데 시간을 쓰고 싶다.

     

    흠...이상하네...?

    굳이 복권에 당첨되서 갑자기 50억, 100억, 1,000억을 받지 않아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들 뿐이다.

     

     

    큰 돈이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건 너무나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소비가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것도 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기본 생활요소 - 집, 음식, 물, 옷, 안전/안정 등 - 만족된 걸 가정하고)

    나는 다행히 materialism / consumerism 에서 빠져나온지 오래 되었다 (not saying that I was never a victim). 그래서 복권에 당첨되면 하고 싶은 목록에 페라리 구매라던가, 샤넬로 온몸 감싸기 이런건 없다.

    나에게 지금 부족한 건, (지금도 꽤 행복하지만) 나의 행복을 최대치로 만들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은 바로 시간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을 하면서 보낼 수 있는 시간.

     

    시간을 사는 건 생각보다 쉽다. 복권에 당첨되지 않아도 된다. 전혀 불가능하지 않다.

    시간을 사는 방법: 돈을 버는 기간동안 열심히 일해서 소득을 늘린다. 버는 소득대비 소비를 낮춘다. 남는 건 저축이다. 저축을 장기적인 관점으로 잘 투자한다. 저금한 돈의 4%가 1년 소비를 충당할 수 있을 때 - 그 때 비로소 시간이 완전히 나의 것이 된다 :)

    나는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나도 큰 행운을 가졌다. 양쪽 부모님 모두 건강하시고, 내가 재정적인 지원을 하지 않아도 된다. 나랑 남편 둘 다 엉덩이 따뜻하고, 하는 일 대비 말도 안되는 돈과 베네핏을 받는 (남편은 일하는 양에 비해 돈 못받는 것 같은데, 나는 일하는 양 대비 무지막지하게 많이 받는 것 같다) 안정적인 직장을 가졌다. 나랑 내 남편 몽뚱아리도 건강해서 딱히 큰 의료비 지출 없이, 아픈 몸 때문에 일을 못하는 상황 같은 것도 없다 (<--의료비가 말도 안되게 비싼 미국에서는 엄청난 축복). 행운을 받고 태어났으니, 실천에만 열심히 옮기면 된다.

    시간과 행복을 사는 방법은 정말 간단하지만, (그리고 방금 생각보다 쉽다고 말했지만 ㅋㅋㅋ) 또 실천에 옮기는 건 그렇게 쉽지 않다 (특히, 혼자 사는게 아니라면). 그래서 열심히 노력하는 중이다. 화이팅!

     

     

     

     

    댓글

브라운잉글리쉬와 함께하는 고급영어 공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