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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30주차 일지즐겁고 행복한 미국 생활/임신일기 2022. 4. 16. 04:04
호호호호호호! 이제 30주차로 앞자리가 바뀌었다. 아우 너무 신난다. 40주 임신이니깐 이제 마지막 25%만이 남았다. Home stretch!! D-66일이다. 아기가 40주 꽉꽉 안채우고 조금 빨리 나오기를...!
몸 상태:
이번주에 나를 가장 괴롭혔던 것은 1) 위 눌림이랑 2) 잠 못잠이었다. 원래도 내 위는 소화기능이 약했는데, 이게 임신하니깐 더 심해져서 소화불량 및 복통은 그냥 임신기간 내내 달고 산다. 소화 너무 안되고, 트름 하루에 500번하고, 밥 먹으면 역겨운 느낌이 저번주에 비해 살짝 더 심해졌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어떤 날은 빨래세제 마신 느낌, 어떤 날은 옥수수 한알 어디 걸려있는 느낌, 어떤 날은 그냥 엄청 역겨움 등 하루하루 조금씩 패턴이 바뀌고 정도가 오르락 내리락 한다. 정말 짜증.
밤에는 꼭 화장실을 가느라 새벽 1~2시에 깬 후, 다시 잠드는데 너무 오래걸린다 - 보통 1-2시간 정도? 금방 잠드는 날도 있는데, 아닌 날은 정말 괴롭다. 그리고 다시 잠들어도 아침까지 좀 얕게 자는 것 같다. 일단 잠도 안오는 것도 문제지만, 밤에 아기가 너무 활발하다. "엄마, 낮에 나 자려고 하는데 막 움직이고, 뭐 먹고, 회의한다고 하루종일 조잘조잘하고 그랬지? 내가 얼마나 짜증나는지 보여줄게~ 똑같이 복수해준당!" 하는 느낌이다...투다닥 투다닥대고, 방광 주변 신경 눌러서 막 찌릿하게 만들고 그래서 잠들 수가 없다. 미안하다 알통아! 제발 나를 용서해다오. 아 그리고 이번 주에는 심장이 두근거려서 잠을 들기 힘든 날도 있었다. 심장 두근은 새롭게 추가된 증상이었다. 찾아보니 임신 말기엔 혈액량이 확 증가해서 심장이 그걸 펌핑하느라 열일해서 그렇다고 한다. 머리의 위치가 조금 낮으면 심장 두근 느낌이 얼굴까지 번진다. 그래서 잘 때 조금 더 앉은 느낌으로 잠들어야했다.
보통 임산부들은 옆으로 누워서 자니까 나도 좀 옆으로 자서 어깨에 들어가는 무게도 좀 줄이고 잘 자보려고 하는데, 영 편한 자세를 찾기가 힘들다. 뭘 해도 배가 찡기는 느낌이 들어서 잠에 들 수가 없음. 딱 한번 어째저째 편한 자세를 찾아서 옆으로 잘 잤는데, 보통은 옆으로 자려고 시도하다가 포기하고 바로 누워 반쯤 앉아서 잠드는 평상시 전략으로 돌아갔다.
허리는 여전히 아픔. 허리가 아니라 등이라고 해야하나? 요즘엔 날개뼈 주변의 등 근육이 너무 아프다. 그래서 항상 엄청 꼿꼿하게 앉아야한다. 밥 먹을때도 앞으로 숙이면 등에 힘이 들어가서 접시를 들어 턱 아래에 두고 먹는 중. 걸을 때는 팔을 등으로 접어서 등쪽으로 무게를 추가해주면 고통이 줄어든다.
그리고 대망의 배 딱딱해짐 - 가진통, braxton hicks contractions, 배뭉침 다 비슷한 말인가? 아무튼 배가 딱딱해지는 빈도가 엄청 잦아지고 있다. 원래는 걸을 때만 가끔 딱딱해졌는데, 요즘엔 걸을 땐 100%이고 시도때도 없이 딱딱해진다. 저번주에도 noticeably 심했는데 이번주는 더 잦아졌다. 걱정이 되어서 인터넷을 찾아봤는데 - 미국 웹사이트들은 다 괜찮다고 하지만, 네이버에선 다들 병원가서 수축검사하고 경부길이 측정해서 고위험인지 저위험인지 확인한다. 정말 진찰의 정도차이가 크다 ㅋㅋㅋㅋ 병원에 가봤자 초음파를 안해주니 내 경부길이가 괜찮은지 어떤지 알 길이 없으니, 그냥 좀 몸을 사리기로 했다. 나와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는 셤피가 임신 중기부터 경부가 활짝 열려있었으니...나도 비슷할지도 모르니깐. 그래서 100% 딱딱이 오래 지속되는 걷기를 살짝 줄였다 - 춥고 매일 눈 아니면 우박오는 미친 날씨가 밖으로 안나가는데 도움이 되었음.
이렇게 걷지도 않고, 운동도 안하고, 이래도 되나 싶은 마음이 들고 - 왜 남들은 멀쩡한데 나는 이렇게 불편한 곳이 많은가! 싶어서 억울하기도 하다. 하지만, 일단 아기 조산하는 것은 최대한 피해야하니 적어도 36주까지는 좀 몸을 사리기로 했다. Every pregnancy is different. The most important things is to pay attention to your body. 그래서 남들은 이 정도 주수에 어떻다더라 이런거에 관심끄고 그냥 내 몸에서 일어나는 일에만 열심히 대응하기로 했다 (물론 알고 있지만, 그냥 알고있는거랑 vs 휘둘리지 않고 진짜 실천하기랑은 다르단 말이지 후후).
사실 이렇게 나의 몸의 변화와 상태와 고통에 대해서 이 정도로 관심을 쏟을 수 있는 것도 다 첫 임신이니깐 가능한거고, 집에서 편하게 일하니깐 가능한거고, 다 럭져리임. 그리고 여기 아프고 저기 아프다고 불평을 늘어놓지만, 사실 "그래서 너어어무 아파서 아무것도 못하겠는가?" 라고 물으면 아니요..이고.... "그렇다면 평상시에 하던 것들 다 얼추 비슷하게 할 수 있는가?" 라고 물으면 네....이다. 그냥 살짝씩 아프고 불편한 것이 24시간 매일매일 쌓이다보니 엄청 짜증나고, so sick of it이고, drain my energy하는 느낌.
식단조절:
이번주는 식단조절에 실패 ㅎㅎㅎㅎ 하지만 정당화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당!! 일단 몸무게가 거의 한달째 안늘었기 때문에, 굳이 몸무게 조절은 이제 안해도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위가 눌려서 먹는 양이 평상시의 1/3로 줄고, 먹는데 좀 거부감이 생기면서 (먹으면 역겨움이 심해져서 먹기가 싫어진다), 이왕 먹는김에 먹고 싶은거 먹자! 하는 취지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탄수화물도 많이 먹고, cowboy cookies도 만들어서 먹고, 비스킷도 만들어서 biscuit and gravy도 먹고, 식빵도 먹고 그랬다.
일상:
이번주는 뭔가 많이 한 것 같긴 한데, 사진을 하나도 안찍어서 기억도 잘 안나고 적을 만한게 없다. 힝.
수진이랑 순영이언니가 보내준 장난감이랑 어린이 용품이 또 한 박스 도착했다 히히! 가제수건이 많이 없어서 좀 사야하나 싶었는데, 써니가 가제수건 와장창 보내줘서 문제가 해결되었다 :) 태어나자마자부터 1~2개월동안 입을 옷이 많이 없는 것 같은데 (받은게 죄다 6개월 옷들임), 어짜피 아기 빨래는 매일 해야할 것이므로 일단 있는 것으로 해결해보도록 한다.
아기 태어나자마자 필요한 것들 / 3개월 때 필요한 것 / 6개월 때쯤 필요한 것 이렇게 나눠서 정리했었는데, 그 동안 추가된 게 많아서 보따리 다시 다 풀고 다시 분류했다.
그리고 옷방에서 정리하는 김에, 안 입는 옷들도 싹 다 치웠다. 이제 아줌마가 되면서 디폴트 몸무게가 점점 증가하고, 살도 붙고, 게다가 임신하고 출산하면 분명 예전만큼 날씬이로 돌아가지 않을 것 같아서 - 미국에 왔을 초반에 입던, 임신하기 전에도 너무 작아서 심하게 딱 달라붙던 옷들을 시원하게 다 포기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제 포멀한 옷을 입을 이유가 없어져서 기본 정장 (이런건 장례식이라던지, 인터뷰 같은거 할 때 필요하니까) 한 두벌을 제외하고는 나랑 남편의 회사용 옷도 다 치웠다. 그리고 안입는 옷, 안예쁜 옷, 몽땅 치워서 엄청 큰 쇼핑백 세개 꽉 차게 나왔다. 남편이 굿윌에 기부해 주었다.
일요일엔 남편이랑 남편 자전거 바지 사러 자전거가게에 갔다. 오는 길에 Back On the Rack이라는 임산부/어린이 중고용품 파는 곳도 다녀왔다. 생각보다 비쌌지만, 그래도 가끔 유용할 일이 있을 것 같다. 간 김에 애기 욕조도 샀다 (좀 좋은 버전으로 $18줌. 중고로 공짜로도 얻을 수 있겠지만, 찾고, 판매자 연락하고, 가서 받아오고 하는 것도 일이라 그냥 돈 주고 사기로 함). 그래서 오피셜리 아기용 세제/목욕비누 같은 것 제외하고는 모든 애기 용품 준비가 끝났다. 중고로 천귀저기도 사둔 것이 있는데, 16개밖에 안되서 좀 모자르면 어쩌나 싶었는데, 중고가게에 천귀저기랑 덧대는 거 엄청나게 많이 파는 걸 알게 되었고, 가격도 이건 또 꽤 저렴했다. 나중에 3~4개 추가해야하면 딱 여기서 사면 좋겠다 싶었다.
날이 추워서 남편도 자전거 타러 못가고, 그냥 집에서 각종 집안일을 많이 해 주었다. 카페트 새로 사기로 한 김에, 페인트칠 안한 베이스보드를 쫙 칠했고 (카페트 때문에 페인트칠 하기가 힘들어서 그냥 놔뒀었다), 페인트랑 용품 꺼낸 김에 그 동안 까먹고 안한 곳들 & 벌써 좀 터치업 필요한 곳들을 다 칠했다. 집이 한결 깨끗해졌다.
Atrium에 있는 벽이 너무 못생겨서 대나무 벽을 만들자고 항상 생각해왔었는데 - 파이널리 실행에 옮겨 노쓰플레인에 있는 뱀부 가든에 가 보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대나무 케인은 많이 없었고 너무 비쌌다. 가게에 있는 모든거 싹 다 모아도 우리가 필요한 것의 1/5도 안될 것 같았고, 재료값으로 한 3~400불 쓰려나? 했는데 1,500불은 써야할 것 같았다. 그래서 대나무 벽은 포기했다. 남편이가 cedar wall을 만들기로 했다. 그리고 Atrium에 있는 wisteria도 다 잘라서 치워버렸다. 거기는 완전 예쁜 단풍나무에 뭔가 일본 zen 느낌이 가득한 공간인데, 미치광이처럼 뻣어있는 wisteria가 있으니까 항상 엄청 chaotic 해보였다. 벽 만들어서 설치할 때 어짜피 잘라버려야 하니깐 잘랐다. 기존에 있는 나무 trellis 가 완전 썩어가고 있었어서 그것도 같이 치워버리니깐 훨씬 수월하게 치울 수 있었다.
목요일엔 드디어 에어컨 설치를 했다. 설치하는 사람들이 아침 8시 정각에 나타나서 작업하기 시작했는데, 꼬박 오후 6시까지 걸렸다. crawlspace가 너무 tight해서 old refrigerant line 치우는 데 오래 걸렸다고 한다. Duct cleaning도 아침 내내 걸렸다. 아무튼 하루종일 걸려서 드디어 에어컨이 설치되었다! 이제 알통이가 태어나면 시원한 집에서 살 수 있게 되었음!!! 그냥 큰 돈 쓰고 끝내버리니깐 속 시원했고, 옆집 아저씨도 축하한다고 문자보내줬다 ㅎㅎㅎㅎ. 근데 웃긴건 하필 에어컨 설치하는 날이 엄청나게 추운 한파가 찾아온 날이었고, 에어컨 설치가 끝나자마자 하늘이 축하한다고 30분동안 우박을 내려주었다 ㅋㅋㅋㅋㅋ 에어컨이 히터랑 같은 duct랑 기계를 쓰니깐 에어컨 설치하는 동안 하루종일 히터를 꺼 두어야했는데, 하필이면 추운 날이라 집이 엄청 추웠다. 그래서 하루종일 오돌돌돌 떨면서 있느라 컨디션이 말이 아니었는데, 일하는 분들이 하루종일 들락날락하고, 드릴 소리, duct cleaning하는 소리 아주 시끄러운 소리가 하루종일 들려서 낮잠도 잘 수가 없었다 ㅜㅜ 게다가 캐쓸린이 다다음주 report-out에서 쓸 파워포인트 슬라이드 자꾸 만들라고 독촉해서 그거 만드느라 바쁘기도 했음 (아오 일주일도 넘게 남았는데 왜 그러냐구요ㅠㅠ).
오늘은 카페트 아저씨랑 네고를 좀 할 예정이고, 마지막 날까지 미뤄두었던 tax return을 할 예정이다. 그리고 남편이랑 에어컨 설치팀이 드나들면서 집 바닥이 아주 개판이 되어서 오랜만에 스팀 청소를 할 예정. 하얀 빨래도 돌리고. active한 날이 될 것 같다.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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