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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신 32주차 일지
    즐겁고 행복한 미국 생활/임신일기 2022. 4. 30. 08:43

    아저씨 맥주배를 한번 연출해보았음. 남편이가 티셔츠 아래로 살짝 나온 배를 볼 때마다 엄청 웃는다 ㅎㅎㅎ

    몸 상태:

    이번주도 큰 탈은 없었으나 그렇다고 또 날아갈 것 같은 것도 아닌 그런 주간이었다. 이번주는 역겨운 느낌이 덜하고 식욕이 아주 활발하게 돌아서 저번주/저저번주에 비해서 잘 먹었다. 하지만 엄청 더러운 소리의 트름은 시도때도없이 달고 산다. 식단도 딱히 조절하지 않았다. 그래서 일주일만에 몸무게가 3파운드 확 늘었다 ㅎㅎㅎ 어머나, 이렇게 몸무게 빨리 증가하면 또 허리 나가는데...다시 좀 조심하는 중.

    이번주는 철분약 + prenatal + 프룬주스를 열심히 챙겨먹었다. 그래도 숨을 자주 차다. 일하는 오피스방이 2층에 있어서, 계단을 올라와서 일하려고 앉으면 숨이 차다. 그래도 나쁘진 않다. 심장 두근거리는건 많이 줄었다. 변비가 줄고 오히려 설사에 가까운 느낌으로 변했다.

    허리와 등이 아픈건 여전하고, 저녁시간이 되면 확실히 몸이 고된 느낌이다. 가슴이 더 돌덩이가 되었다. 그리고 이젠 골반/엉덩이뼈가 삐그덕거린다. 확실히 점점 알통이가 무거워지고 있다. 그래도 컨디션이 너무 나쁘지 않은 이상, 하루에 짧은 (15분-20분) 산책 두 세번 및 간단한 가드닝은 매일 하려고 노력했다.

    태동 및 가진통이 너무 오른쪽 배에서만 느껴진다. 태동이 한쪽에서만 느껴지는건 이해가가는데, 배가 딱딱해지는것도 항상 가운데부터 오른쪽에서만 일어나서 뭔가 이상하다. 미국에선 병원에 갈일도 없고, 가도 초음파 같은것도 안하고, 무조건 다 괜찮다고만 해서...아빠가 소개시켜준 한국에 계신 산부인과 선생님께 여쭤봤는데, 가진통이 한쪽에서 오는 것도 정상이라고 한다.

    태동의 절정을 달하는 것 같다. 난리칠 공간 있을 동안 즐기시길 알통씨. 나중되면 좁아서 움직이지도 못할걸.

     

    심리상태:

    최대행복을 추구하는 히피의 삶을 살고 있었는데 - 생각해보니깐 임신을 한 후로 행복함이 많이 줄었다. 내가 행복의 조건으로 여기는 것들 중 하나가 [건강한 신체]인데, 확실히 몸뚱아리가 정상이 아니니깐 행복함이 최대치가 아니다. 항상 어딘가가 아프고, 불편해서 살짝 불행하다. 불평하면 불평하는 나도 불행, 듣는 남편도 불행. 그럼 또 너무 불평하나 싶어서 더 불행. 매일매일을 "let's put an end to this misery for today"하는 생각을 가지고 잠이 자면서 끝내는게 정말 슬프다.

    회사일이 조금만 더 많아서 바빴더라면, 또는 코비드 때문에 집에서 일하는게 아니라 회사에 출근해서 조금 더 활동적으로 시간을 보냈더라면 그나마 덜 심심하고 지루했을 것 같다. 회사일 할게 별로 없는 점 + 재택근무는 임신기간동안 진짜 양날의 검이었다. 임신 초반엔 낮잠도 잘 수 있고, 너무 힘들면 누워서도 일할 수 있고, 또는 그냥 일찍 로그아웃하고 쉴 수 있는 것이 너무 좋았다. 그런데 중반부터 지금까지는 하루가 너어어어무 느리게 가고 지겨워서 - 일 좀 더 있었으면, 아니면 예전처럼 회사에 나가서 사람들이랑 얘기 좀 하고 회의실 여기저기를 옮겨다니며 바쁘게 걸어다니면 좀 더 시간이 빨리 가고 잘 버틸 수 있었을 것 같다.

    다음 임신 땐 돌봐야하는 첫째도 있겠다, 그리고 육아휴직 끝내고 다른 팀으로 로테이션하면 좀 더 제대로 된 일과 역할이 있어서 괜찮을까? 게다가 두번째 임신은 그나마 수월하다던데 그럴까? 아니면 몸도 고된데 첫째애기에 일까지 있어서 더더욱 힘들까? 어떨지 궁금하다.

    이제 두달도 채 안남았으니 잘 버텨보자. 하아... 임신 정말 길구려.

     

    일상:

    일요일과 월요일에는 남편이 track day (racing track에서 일반인들도 운전할 수 있게 하는 이벤트)를 신청해놓은 것이 있어서, 짧은 여행으로 The Dalles에 다녀왔다. 일요일 아침에 열심히 짐을 싸서 11시 좀 넘어서 출발했고, 생각보다 그렇게 오래 안걸려서 1시 조금 넘어서 The Dalles에 도착했다. 호텔에 체크인하려고 했는데 좀 일찍 도착해서 방이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라 체크인은 못했고, 바로 Maryhill Museum으로 갔다. 원래 호텔 바로 옆에있는 맥도날드에서 선데를 사먹고 싶었으나, 뮤지엄 까페에서 풍경을 보면서 커피를 마시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 포기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뮤지엄 까페는 그 날 문을 닫았어서 결국 커피도 선데도 아무것도 못 먹었다. 아침에 간식으로 먹을 마들렌을 만들어서 가져왔었고, 그래서 대신 마들렌을 먹었다 (무지 맛있었다). 뮤지엄 1층에서 뮤지엄을 만든 사람인 Sam Hill에 대한 다큐를 틀어줘서 Sam Hill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 전시된 작품들은 Sam Hill 본인이 100% 인맥을 통해서 구한 것들인데 - 로마니아 왕비, 프랑스 배우 - 이 배우를 통한 로댕의 작품 등 아주 인맥이 대단했다.

    뮤지엄을 다 보고 바로 옆에 있는 또 샘힐이 만든 스톤헨지 복사품을 간단하게 둘러본 후, The Dalles로 돌아왔다. 작은 마을 다운타운을 살짝 구경하고 (무슨 페스티벌이 있어서 동네 청소년들은 다 거기 모여있었다), 브류어리에서 남편 맥주 한잔 마신 후 호텔로 돌아왔다. 치킨팟파이랑 오향고기 싸간거 전자렌지에 데워먹었다. 자꾸 에어컨에서 느슨해진 부품이 다다다닥 돌아가는 소리가 나서 마셜이가 밤에 잠을 잘 못잤는데 - 그냥 에어컨을 꺼버리고 잤고, 생각보다 안더워져서 다행이었다.

    월요일 아침 racing track 오리엔테이션이 7시 반에 시작했기 때문에, 엄청 일찍 5시 50분에 일어나서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30분정도 운전해서 레이싱 트랙에 갔다. 준비하고 사인업하고 오리엔테이션을 받고 9시부터 본격적으로 레이싱운전을 시작. 월요일이니깐 나는 트랙 오피스가 있는 컨테이너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서 하루종일 일 했다 (다음 날 있는 발표준비했음) - 바깥에서 하루종일 오들오들 떨면서 인터넷도 없이 일해야하는 줄 알았는데, 실내에서 테이블 앞에 앉아서 오피스가 쓰는 와이파이 빌려서 쓰면서 일해서 완전 다행이었다. 게다가 생각보다 그 지역이 바람이 강하게 불어서 엄청 추울뻔했는데 완전 살았다. 마셜은 레이싱하는거 엄청 재밌어했는데, 안타깝게도 두번째 세션부터 brake pad가 완전히 다 닳기 시작했어서 - 남은 세션에는 원하는 속도로 달리지 못했다. 점심은 행사 신청할 때 미리 사인업했으면 케이터링한 점심을 먹을 수 있었는데, 마셜이 왜인지 사인업을 안했다. 5분정도 떨어진 엄청 작은 마을에 있는 슈퍼 및 식당 (?)에서 치킨텐더랑 어니언링을 시켜먹었다. 맛있었는데 엄청 짜서 하루종일 목이 엄청 말랐다 ㅎㅎㅎ

    점심을 먹고 다시 트랙으로 돌아갔는데, 이쯤부터 포기하는 사람들이 속속 생기기 시작했다. 타이어가 이상하다거나, 브레이크 패드가 다 닳았다거나, 뭔가 문제가 하나씩 생기기 시작했기 때문. 주최측에서 20분 세션씩 6번 총 두 시간을 트랙에서 운전할 수 있게 제공하는데, 그걸 다 받아먹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성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마셜은 마지막에서 두번째 세션에 브레이크가 잘 안먹히는 문제로 엄청난 위기가 한번 왔었어서 마지막 세션을 그냥 포기했다. 그래서 덕분에 집에 저녁시간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남편이가 엄청 재밌게 잘 놀아서 나도 기분이 좋았고, 코비드 덕분에 아무데서나 일해도 되니깐, 나도 트랙에서 일하면서 놀면서 쉬면서 남편 레이싱하는거 사진도 찍어주고 그래서 좋았다. 차도 오래타고, 걷기도 평상시보다 많이 걸었고, 트랙데이에는 뭔가 하루종일 살짝 춥고, 앉아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살짝 불편했었어서 - 역시 놀고 온 다음 날 허리가 너무 아프고 컨디션이 안좋았다. 감히 임산부주제에 놀러갔다와서 벌을 호되게 받음.

     

    주중엔 평상시대로 일하고, 쉬고, 일하고, 놀고 무한 반복 중. 그나마 화요일 1시에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이 있어서 시간이 잘 갔다. 하지만 준비한거 반도 커버를 못해서 다음주에 또 해야함 :). 근데 프레젠테이션 끝나면 인수인계하는거 외에는 진짜 할게 하나도 없는데 - 앞으로 3주동안 무얼 해야하나....원래도 심심한데 더 심심해져서 시간이 더 안갈까봐 완전 걱정이다.

    이번주엔 아트리움에 있는 나무를 프루닝하고, 낙엽을 깨끗하게 치웠다. 그리고 앞뜰에서 아트리움으로 연결되는 어두운 부분도 좀 지저분했어서 깨끗하게 치웠다. 이 부분은 해가 전혀 들지 않아서 식물을 심을 수가 없어서 (fern 빼고는) moss가 땅을 잘 덮어줬으면 싶었는데ㅡ moss가 너무 듬성듬성이어서 ground covering하는 것들을 yard 여기저기서 공수해다가 옮겨심었다. 요즘에 튤립이 만개해서 너무 예뻐서 매일 뒷뜰에 나가서 튤립 보는 재미로 사는 중.

    그게 다인 듯. 이번주는 남편이가 수요일부터 일하는 날이라서 남편도 트랙데이 끝나고는 집에서 빈둥빈둥 하루 놀고 바로 출근 시작. 별거 없는 지루한 일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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