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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33주차 일지즐겁고 행복한 미국 생활/임신일기 2022. 5. 11. 04:07
원래 임신 일기는 금요일에 쓰는데, 저번 주 금요일에 회사일도 뭔가 할게 있었고, 컨디션이 미친듯이 안좋았던 바로 전날의 피로로부터 회복하는 중이라 작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매주 월요일이 새 주 0일이 시작하는 날이기 때문에 글의 타이밍은 조금 더 맞는 셈 :)
작성일 5/9일 기준 이제 D-day 는 42일이다. 어떻게 보면 엄청 길고, 어떻게 보면 엄청 짧은데 - 그래도 하루하루 지나면 예정일에 하루 더 가까워지니, 힘 내서 home stretch stage를 견뎌봅시다.
몸 상태:
등이 정말 엉망이 되었다. 특히 왼쪽 등 윗부분. 왜일까. 평상시에 나는 허리를 항상 꼿꼿이 잘 펴고 다니는 - 내 이름의 "정"자의 뜻인 "곧을 정"을 올바른 자세로 잘 실천하는 사람인데. 일할때도 완전 이런 정자세가 없을 정도로 꼿꼿하게 앉아서 일하는데 ㅠㅠ 살도 정말 많이 찐 사람들에 비하면 그렇게 찐 편도 아니고, 아직 알통이의 몸무게가 최고치에 달하지도 않았는데 ㅠㅠ 등 근육이 너무너무너무 아파서 기본적인 산책같은 활동도 하기가 힘들어졌다 (고통 속에서 할거 아니면 산책도 못한다). 왼쪽 위에 특정 등 근육 뭉텅이가 진짜 엄청 쪼인다고 해야할까? 근육 spasm오는 것처럼. 평상시에 운동을 더 했어야하는건가. 아니면 좀만 버티면 무게에 익숙해질 것인가. 모르겠지만 요즘 등이 나를 최고로 괴롭히는 증상이다. 하지만, 이런 근육관련 고통은 버틸만하고 누워있으면 괜찮으니깐 다행인데, 운동/산책/집안일 모두 하기가 힘들어지고, 쉬는 시간엔 항상 누워만 있어야하는 점이 근육통보다 더 괴로운 점이다.
소화는 여전히 잘 안되고 트름도 엄청 꺽꺽 해대지만, 전반적인 느낌은 예전에 비하면 훨씬 나아졌다. 그래서 소량이긴 하지만 잘 먹고 지내고 있다. 아마 소화가 안되는게 등이 아픈 것 때문에 밥 먹고 산책을 못하고 바로 누워야하는 탓이 더 큰 것 같다. 요즘엔 자궁 때문에 온갖 내장기관이 자궁 위로 옮겨진 게 좀 느껴진다. 꾸루룩 꾸루룩한게 항상 가슴 바로 아래에서 느껴짐 - 좀 이상한 느낌 ㅎㅎㅎ
이번 주에 유난히 달라진 점은 현저하게 더 피곤함을 느끼는 점이었다. 특히 목요일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부터 컨디션이 최악이어서, 하루종일 쉬고 자도 너무너무 피곤하고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누워서 핸드폰으로 동영상 보고 싶었는데, 핸드폰을 손에 쥐고 팔을 올리고 있을 힘도 없을 정도였다). 임신 초반을 제외하고는 그 동안 중에서 가장 피곤한 날이었음. 항상 매주 목요일의 저주의 날인데 - 아마 이제는 몸이 월화수 3일동안 일찍 일어나서 일하기 시작하고 오랫동안 누워서 쉬지 못하고 계속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하면 그 삼일 이상으론 못 견뎌서 그런 것 같다 - 목요일은 보통 남편도 일 나가기 시작해서 6시반에 일어나기 시작하는 날이기도 하니깐.
임신 책을 읽어봤더니 마지막 달에는, 어떤 임산부는 피곤함의 최고치를 느끼고, 어떤 임산부는 갑자기 부산하게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피곤할 여지도 없고 에너지가 넘친다고 한다. 나는 안타깝게도 피곤 그룹에 속하나보다. 넘나 피곤쓰. 다만, 주말에는 피곤하면 원하는 만큼 자면 되고, 밤에 잠을 잘 못자도 '어차피 낮잠자면 되니깐~' 싶어서 훨씬 괜찮다 (낮잠 덕분에 확실히 덜 피곤하고). 문제는 주중. 회사일이 바쁘진 않아도 뭔가 8시부터는 컴퓨터 앞에 앉아있어야하는 강박관념 + away 시간이 적어도 한시간이 넘지 않도록 낮잠도 시간 맞춰놓고 자야할 것 같은 느낌 + 스트레스 등등이 섞여서 더욱 더 휘곤휘곤. 그래서 2주후 (!!!벌써!!!!) 휴가가 시작되면 그래도 좀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해보는 중이다.
추가된 증상은 골반이 가끔가다 빠질 것 같은 것?! 누워있거나/앉아있다가 일어나서 딱 섰을 때, 골반이랑 허벅지가 연결된 뼈가 뭔가 삐뚤어졌다는 느낌이 들면서 엄청 아파서 다시 앉거나 자세를 바꿔서 골반을 좀 풀어줘야 한다. 이걸 유발하는 특정 자세가 있는 것 같은데, 진짜 대박 아픈건 아직 두 세번밖에 없었어서 정확하게 뭐가 원인인지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엉덩이/골반이 점점 무게에 가라앉아가는 느낌은 저번주부터 시작되었고, 이번주에 점점 심해졌다. 아기 무게가 점점 늘면서 앞으로 더 심해지겠지 :) 아~ 불쌍한 나의 엉덩이뼈여.
아. 그리고 배가 엄청 커져서 매일 매일 배가 찢어질 것 같다. 그 동안에도 항상 배의 안쪽 근육이 항상 늘어나고 팽창하는 느낌이 들었었는데, 그 동안 느꼈던 건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배가 정말 많이 팽창하고 있다. 막 대박 아픈건 아닌데, 깨어있는 시간동안 항상 느껴지는 살짝의 불편함.
저번주엔 설사를 했는데 이번주엔 변비로 돌변해서 화장실에 자주 못갔다. 프룬쥬스를 꾸준히 마시고 있으나 이제는 내성이 생겼는지 효과가 예전만하지 않다. 그래서 하루에 5-6모금 마시는거에서 반컵 ~ 2/3컵으로 양을 늘렸는데 그래도 소식이 없다. 언젠간 나올테니 큰 걱정은 안들지만 조금 더 규칙적이었으면 좋겠다.
아기/자궁 상태:
이번주에는 6주만에 병원에 갔다. 원래 한달에 한번씩 예약이 잡혀있는데, 이번달에 예약을 갑자기 바꿔야했어서 (남편 레이싱 track day하러 같이 놀러가느라) 조금 늦게 갔다. 하지만 여전히 초음파도 테스팅도 아무것도 없이 의사가 "잘 지내나요?" 물어보면 나는 "네" 대답하고 끝인 느낌의 진료였다. 소리 초음파로 아기 심장박동수만 확인하고 (정상이었음), 줄자로 배 크기 측정하고 (정상이었음), OBGYN이 배 여기저기 만지면서 자궁 위치 확인한걸로 끝이었다. 다음에 가면 초음파로 아기의 위치를 본다고 한다. 기대기대. 애기가 좋은 자세로 있기를 바란다.
알통이의 발차기는 여전히 배의 오른쪽 및 중간에 집중되어있다. 근데 발차기의 위치가 점점 배의 윗부분으로 올라간다. 그리고 뽀글뽀글한 느낌은 배의 아랫쪽에서 느껴진다. 큰 태동은 발, 작은 뽀글이 태동은 팔? 머리? 라고 생각하면 머리가 아래 / 발이 위로 잘 있는 느낌이지만. 그건 느낌이지 ㅋㅋㅋㅋㅋ내가 어찌 알겠나.
가진통 (배가 딱딱해지는 것)은 여전히 자주 온다. 강도가 조금씩 세져서 이젠 하루에 한두번씩은 살짝 아플 때가 있다. 여전히 배의 중간에서 오른쪽부분만 딱딱해지고 왼쪽은 아무렇지도 않다. 배가 딱딱해질 때마다 내 아랫도리에 있는 모든 구멍으로 장기가 밀려나가는 느낌이 든다. 힝.
심리 상태:
저번주엔 임신이 너무너무 지긋지긋한 느낌이 정말 심하게 들었는데 이번주엔 또 괜찮았다. 여지껏 심리상태가 나름 안정적이라고 생각했으나 또 왔다리갔다리하는거보면 나름 롤러코스터인 것 같기도 하네 ㅎㅎㅎ
식단:
이미 포기한지 오래. 이젠 디저트도 많이 만들어먹고 먹고 싶은거 그냥 다 먹는다. 조금 양만 줄었을 뿐. 단 것도 많이 먹고, 먹고싶은대로 먹어서 그런지 두달동안 변화가 거의 없었던 몸무게가 조금씩 늘고 있다. 126-7파운드에서 멈췄던 몸무게가 이제 130파운드에 서서히 다가가는 중!
일상:
내가 임신한 것을 아는 회사 동료들은 많이들 "nursery 꾸미기가 다 되었는지"를 물어본다. 대충 다른 사람들 하는걸 주워들어서 알기로는, 미국 사람들은 막 애기 키울 방에 꽃무늬/하늘무늬 도배를 하고 (모두가 그런건 아니지만), 아기용 가구 및 용품들을 착착 놓고 정리하는 걸 말하는 것 같다. 그럴 때마다 "나는 nursery 꾸미고 그런거 하는 스타일의 사람이 아니라" 안한다고 얘기해왔다 ㅎㅎㅎ (그러함).
아기침대 대신 그냥 Pack n Play랑 쿠션있는걸로 대체할 예정이고 (특히 첫 몇주는 안방에서 우리랑 같이 잘거니깐), 아기랑 따로 자로 몬테소리 스타일로 바닥에 매트리스나 요를 깔아줄 예정이라 아기 침대가 필요없다. 굳이 귀저기 갈이대 같은 것도 사고 싶지도 않고. 아무튼 다른 사람들에게 받은 애기용품 모아둔 것 외에는 딱히 널서리 준비를 하진 않았다.
그러다가 얼마 전, 아무래도 윗층 방 두개는 침실로 쓰일 수 있게 업그레이드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 동안 윗층 방들은 오피스로 쓰고 있었어서, 기존에 있었던 창문을 반쯤 가리는 블라인드도 다 떼어버려서 항상 햇빛이 쏟아졌었다. 2층 방에 창문이 예뻐서 굳이 블라인드로 가리고 싶지가 않았었기 때문이었다 :). 그리고 내가 일하는 방은 진짜 못생기게 나무가짜 무늬랑 색깔이 진한 라미네이트 바닥이 깔려있었는데, 이 방도 침실로 쓰려면 라미네이트 대신 카펫이 있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일단 단기적으로 이번 여름에도 가족손님 세 그룹이 방문하는데, 그들을 호스팅할 때도 윗층 방을 좀 침실답게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도 아이 두명 있으면, 윗층 방 하나씩 한 애기가 쓸텐데 (또는 방 하나는 침실, 다른 방은 노는 공간), 센시티브한 어린이들은 잘 재우고, 놀다가 넘어지고 떨어져도 푹신푹신한 카펫트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단 결론이었다.
주저리 주저리 서론이었지만, 아무튼 결론은 1) 2층 카페트 새로 깔고, 2) 2층 창문 모두에 블라인드를 설치하자였고, 이번 주에 거의 모든 것이 다 완성되었다. (스카이라이트엔 원래 블라인드를 달지 않으려고 있으나, 블라인드 생긴게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서 스카이라이트에도 설치하려고 추가로 구매해서 배송되길 기다리는 중)
그리고 2층 방 카펫 바꾸는 김에, 안방 침대아래 깔려있던 오래된 러그도 치워버리고 그 자리에 흰색 카펫도 깔았다.
남편이가 블라인드 수치 측정 및 주문 (마침 코스트코에서 할인행사를 하는 중이었다! 히히), 및 설치까지 도맡아 해주셨다. 카펫은 그으으렇게 비싸진 않아서 카펫 가게를 통해서 설치까지 한꺼번에 했다. 갑자기 돈을 너무 많이 써서 현금이 없을까봐 걱정했는데 (게다가 요즘같이 왕창 깨지는 시기에 주식을 팔아서 현금 만들기는 너무 아까비...), 잊고 있었던 분기 보너스가 들어왔고 (게다가 역대급으로), 잊고 있었던 RSU가 vesting되어서 문제가 해결되었다.
이거 외에는 별거 한게 없구려~
올해 4월 및 5월은 역사적으로 비가 가장 많이 오고 추운 달이라고 한다. 그래서 맨날 비가 쏟아지고 (부슬비도 아니고 진짜 pouring 및 바람도 엄청 불었다), 날도 추워서 (15도 이상으로 올라간 날이 별로 없는 듯), 뭐 할것도, 어디 갈 곳도 없었다. 평상시에도 등 근육이 너무 아픈 주간이었어서 산책도 못하고. 그냥 누워있고 낮잠자고 누워서 육아책읽거나 오디오북 듣고, 아니면 GBBS보거나 등등 별거 안하면서 지냈다. 일도 적당히 바쁘고 적당히 안바빠서 특별할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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