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신 35주차 일지즐겁고 행복한 미국 생활/임신일기 2022. 5. 24. 08:55
몸 상태
Third Trimester 중에서 가장 별탈없는 주였던 것 같다. 변비도 사라졌고, 등도 예전에 비하면 훨씬 안아프고, 소화가 안되긴 하지만 더부룩한 느낌이 많이 줄었다. 잘 먹고 포동포동해졌고, 예전에 비해서 훨씬 더 많이 걸을 수 있었다.
이번주의 가장 큰 테마는 가진통이었다. 가진통이 너어어어무 자주왔다. 특히 하루는 밤에 가진통이 진짜 50번은 온 것 같은 느낌으로 - 5분에 한번씩 배가 딱딱해지고 숨이 안쉬어졌다. 그래서 잠을 한숨도 못잤다. 애기도 가진통이 오면 짜증나는지 (짜증나겠지...집이 좁아지고 딱딱해지는데) 엄청 발길질을 해서 더더욱 잠을 못잤다. 예전이라면 가진통이 이 정도로 자주 오면 좀 걱정했을 것 같은데, 이젠 임신 막판이라 애기가 나와도 엄청 큰일은 아니라서 전혀 걱정되지 않았다. 후후후.
알통이는 숨 쉬는 연습을 많이 하는건지, 딸꾹질은 진짜 자주 한다. 근데 딸꾹질 느낌 너무 싫음 ㅠ_ㅠ 내 자신이 하는 딸국질은 멈추게 하는 방법이 많으니깐 금방 멈출 수 있는데, 애기가 하는 딸꾹질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하니깐 진짜 너무 오래 걸린다. 으으으 이상한 느낌 (이 문단을 쓰는 중에도 내내 딸꾹질을 했다).
이제는 아기 무게가 무거워져서 골반이 힘에 부치는게 느껴진다. 오후까진 괜찮은데 저녁시간쯤 되면 이제 골반이 삐그덕삐그덕 거리고 내려앉는 것 같은 느낌이다. 잘 때 보통 반쯤 앉아서 자는데, 앉아서 자면 골반이 신체의 가장 아래 있으니깐 계속 무게가 골반에 몰려서 좀 아프다. 그래서 이번주는 예전에 비해서 옆으로 누워서 자는 비중이 늘었다. 아직도 옆으로 누워서 잘 때 편하게 자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해서 좀 여기저기가 불편해서 제대로 못잘 때가 많은데 - 그래도 대애충 잘 수는 있어서 얼추 자고 있다.
밤에 화장실도 두세번은 가야되고, 자세를 여러번 바꿔야하고, 가진통에 태동 때문에 수면의 질이 많이 떨어졌다. 그래서 질을 양으로 커버하기 위해 하루에 11시간~12시간은 꼬박꼬박 잤다ㅎㅎㅎ 전에는 남편이 6시 반에 일어날 때 같이 일어났었는데, 요즘엔 같이 안일어나고 나는 계속 자고, 회사 캘린더도 8시부터 9시까지는 매일매일 block해놓고 9시까지 잤다. 그랬더니 컨디션은 아주 좋았다. 피곤하거나 낮잠 자야하는 느낌은 없었다.
심리 상태
내가 임신 일지에 수도없이 적어온 내용이지만, 또 반복하자면, 나의 첫 임신의 적은 심심함이었던 것 같다. 심심한 이유는 가장 크게는 "딱히 할 것 없는 회사일 + Work from home" 이었던 것 같다. 현재 속한 팀에 들어오게 된 계기가 적당한 role이 있어서가 아니고, 내가 원래 속했던 cash flow leadership office가 폭파했기 때문이었고, 그래서 그냥 대애충 구제되어서 "이 팀에서 뭐라도 해라"가 시작이었다. 그래서 clear한 role and responsibilities가 애초부터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임신까지 하게 되면서 곧 육아휴직으로 자리를 비울 것이 확정이 되니깐, commitment가 좀 더 많고 긴 프로젝트를 맡을 수가 없었고, 그냥 자잘한 소소한 것들만 하면서 (워낙 자잘해서 진작에 다 끝내고 다 없어짐) 지냈다. 예전처럼 AR 많은 프로젝트를 맡았거나, 아니면 close/POR cycle 해야하는 role이었다면, 해야하는 일이 많으니깐 하루가 금방 지나갔을 것 같은데, 별로 할일은 없지만 그래도 뭔가는 계속 해야되는 그 짜증나는 상태에서 일하니깐 하루가 너무너무너무 느리게 갔다.
하루도 느리게 가는 주제에 게다가 미팅도 많이 없고, 하는 거라곤 컴퓨터앞에 앉아서 데이터만 요리조리 쳐다보고 사람들한테 inquiry email 보내는 정적인 게 다 이니깐, 뭔가 나의 "임신한 몸 상태"에 너무많은 지대한 관심을 쏟은 것 같다. 임신했다는 사실을 순간적으로 까먹게 해주는 distraction이 너무 없었달까. 그래서 몸 상태가 그렇게 나쁘지 않았음에도 (그냥 불편한거지, 막 어디가 너무 아프거나 이상이 있었던건 아니니깐) - 그 불편함에 너무너무 주의를 기울여서 불편하고 짜증나는 걸 일부러 더 챙겨서 겪고 챙겨서 앓은 것 같다. 아주 바람직하지 않음.
그리고 예전처럼 회사에 나가는 일하는 거였더라면, 뭐 회의실 여기저기 왔다갔다라도 했겠고, 사람들이랑 small talk도 하고, 심지어 화장실/카페테리아 갈 때 좀 걸어다니기도 했을 것 같은데 - 집에서 일하니깐 출퇴근 전후가 똑같고, 항상 집에 혼자 있고, 화장실 5걸음만 가면 있고 그러니깐 더더욱 최악이었다. 컨디션이 아주 안좋았던 1st trimester 동안엔 집에서 일하는게 엄청난 축복이었는데, 그게 양날의 검으로 2nd & 3rd trimester 동안에는 나를 오히려 나를 더 힘들게 하는 요소였다.
현재 계획 상, 최대한 바로 가질 둘째 임신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선 - 육아휴직이 끝나고 복직하면 일단 무조건 BU finance로 로테이션을 할 것이다 - 특히 clear R&R이 있는 포지션으로. 그리고 알통이 먹이고 재우고 챙기느라 이미 애초부터 정신이 하나도 없겠지...? ㅋㅋㅋㅋㅋ 다음 임신엔 불편한 것들에 대해서 덜 신경쓸 수 있는 각종 distraction으로 가득 차길 바란다.
일상
뭐했지 - 생각나는게 없네...아무것도 한게 없는 것 같다ㅋㅋㅋㅋ
가장 큰 이벤트는 이번주가 회사 일 마지막이었다는 것!!!!! 아 화요일에 회사사람들이 아주 고맙게도 깜짝 virtual baby shower를 해주었다. 내 매니저가 사람들한테 돈을 모은걸로 $225짜리 아마존 기프트카드를 사주었고, Kudo board에 아주 sweet한 메세지들을 많이 써주었다. 원래 매니저랑 1:1있는 시간이었는데 - 갑자기 다른 채팅창으로 초대가 되면서 진짜 진짜 서프라이즈였다. 내가 별 생각이 없었어서 그런지 farewell 해줄 거라곤 상상도 못했음. 정말 고마웠고 so sweet했다.
그리고 회사 마지막 주여서 그런지 - everybody just left me alone the whole week! 그래서 일주일이 아주 고요했다. 나의 backfill에게 인수인계할 내용을 워드로 작성해서 저장해두었고, 이메일 진짜 수십개 포워딩해주었다 (내 일을 받는 Dani가 목,금 휴가였는데, 이 이틀동안 한 이메일 50개는 포워딩한 듯...미안해요 대니...). 일도 대충 마무리하고,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람들에게 마지막 주임을 알리는 chitchat을 좀 하고, 그렇게 훌훌 떠났다.
그리고 수요일? 목요일?에 short-term disability 4주 휴가가 approved 되었다. Approve 당연히 될 줄은 알았지만, 타이밍 때문에 5월 말에 들어오는 paycheck 제때 못받을까봐 좀 걱정이었는데, I hope it was early enough! 참 타이밍이 기가 막힌게 - 이번 카드값에 카페트 새로 깐거 4,000불 넘게 + home insurance 1년치 거의 1,000불이 한달 안에 몰리면서 (플러스 평상시 카드값) 카드값 내려면 현금이 많이 필요한데 딱 그게 휴가 시작이랑 물렸다. 물론 paycheck 제 때 못받으면 남편한테 내달라고 하면 되는데 괜히 싫단 말이지...
금요일에는 회사 동료 타티아나 언니를 오차드 파크에서 만났다. 타티아나는 무려 79년생인데 현재 나랑 비슷한 주수로 (2주 정도 나보다 느림) 임신 중이다 ㅎㄷㄷㄷㄷㄷㄷ. 오랜만에 타티아나랑 만나서 공원에서 산책하면서 임신 불평불만을 서로에게 토로했다 ㅎㅎㅎㅎ 타티아나는 1st trimester 때는 구역질도 안나고 컨디션이 아주 괜찮았다고 한다 (그래서 심지어 하와이로 놀러도 갔다옴). 그대신 2nd trimester부터 지금까지 heartburn이랑 acid reflux로 고생이라고 한다 (나는 소화는 안되지만 다행히 속쓰림 및 위산역류는 없음). 그리고 한번도 Brixton Hicks를 느낀 적이 없다고 한다 (!!!!!!). 원래 예정일은 7월 몇일인데, 나이도 많고 임신 고혈압이라서 6월 22일에 유도분만 하기로 벌써 스케쥴이 잡혀있다고 한다. 40주 꽉꽉 안채우고 애기 낳을 수 있어서 부러웠다 ㅠㅠ 나랑 이틀차이니까 아마 엄청 비슷한 시점에 우리 둘 다 아기를 낳을 것 같다. 아무튼 날씨 좋은 날 오랜만에 회사 친구랑 놀아서 좋았다.
평상시에 아마존에서 물건을 많이 안사려고 노력하지만, 회사 사람들한테 받은 기프트카드는 써야하니깐 남편이랑 나랑 그 동안 자잘하게 필요했던 것을 잔뜩 샀다. 애기 용품은 두세개 밖에 안되고, 다 남편 취미용, 내 베이킹용 도구만 잔뜩 샀다 ㅎㅎㅎㅎㅎ 하지만 나름 애기 pack n play에서 재울 수 있게 매트리스를 샀고 (아니면 매트리스 바닥에 두고 쓰거나), 세타필 어린이용 샴푸랑 로션을 샀다. 그리고 애기 손톱 자르는 가위도 샀다. 그렇게 베이비 리스트에 있었던 거 이제 다 준비가 되었다 짝짝짝짝. 이제 어린이가 세상에 나오기만 하면 되는데 언제 나오려나.
이제 드디어 봄이 다시 찾아왔다. 4, 5월에 진짜 너무 춥고 비가 많이 와서 굉장히 심심했다. 이제서야 정상적인 날씨로 돌아왔다. 날씨가 좋으니깐 산책도 더 자주할 수 있고, 더 오래할 수 있고, 더 신나게 할 수 있어서 아주 좋다. 그리고 밥도 이제 밖에 나가서 맑은 공기 마시면서 바람 쐬면서 햇볕 쐬면서 먹을 수 있어서 정말정말 좋다. 이제 휴직도 시작했겠다, 알통이 빨리 배출하려면 최대한 많이 걷고 몸이 버텨주는 최대치로 active하게 있는 것이 목표인데 - 날씨도 갑자기 좋아져서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회사 다니는 중에도 할 수는 있었지만, 괜히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미루고 미뤄왔던 할일이 많다. 겨울옷도 정리해서 넣고, 여름옷도 꺼내고, 애기 옷 및 textiles 한번 쫙 빨래 돌리고, 여름에 손님맞이용 방 준비도 해놓고, 애기 물품도 대애충 꺼내서 바로 쓸 수 있게 해놓고, 화초에 흙이랑 compost 다 넣어주고, 안쓰는 화분 다 치우고, 화초들 다시 재배치하고, 등등등 할일이 아주 많다!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게 아주 큰 일이고, 가끔 낮잠도 자야하고, 밤잠도 많이 자야하고 그래서 이거 다 하는데 적어도 2주는 걸릴 것 같다 ㅎㅎㅎ 열심히 하다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가있겠지?! 후후 신난다.
'즐겁고 행복한 미국 생활 > 임신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번째 & 마지막 임신] 15주 (1) 2023.02.07 [두번째 & 마지막 임신] 시작~14주 (0) 2023.01.31 임신 34주차 일지 (0) 2022.05.17 임신 33주차 일지 (0) 2022.05.11 임신 32주차 일지 (1) 2022.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