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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는 한대로 충분합니다
    은퇴 빨리하기 FIRE! 2021. 9. 10. 22:12

    남편의 본인 차 사랑이 이렇게 지극합니다

    2018년 8월 말, 나 먼저 학교를 마치고 지금 사는 동네로 이사를 왔고, 4개월 뒤 남편도 합류했다.

    남편이 비행기타고 오기 바로 전날, 남편이 갑자기

    "여보! 내일 공항 도착하면 바로 Spokane (여기서 6시간 정도 떨어진 워싱턴 주에 있는 도시)에 가야돼. 차 샀어."

    라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Mercedes Benz 2001년 E55 (AMG)를 11,000불에 사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남편을 공항에서 픽업하자마자 바로 스포케인으로 가서 한밤 자고 집에 왔다.

     

     

    그 전까지 나와 남편은 제대로된 일도 없었고, 남편은 학교를 다니는 동안 시어머니 차를 빌려서 탔고 그래서 차 한대만 가지고 있었다 (내차 씨빅 :)). 그런데 이제는 나랑 남편 둘 다 출퇴근을 해야하니 차가 한대 더 필요했다.

    합류한지 두 달 후, 남편이 일을 하기 시작했는데 - 뽀잉?! 회사가 무려 집에서 걸어가면 15~20분밖에 걸리지 않는 곳에 있었다 (진짜 회사는 차타고 가야하는 거리에 있지만, 마침 남편네 팀은 satellite office에 있었음). 걸어서 출퇴근할 수 있는 것은 땅덩어리가 큰 미국에서는 특히 말도안되게 운이 좋은 것. 아무튼 그래서 일년 내내 걸어서 출퇴근했고, 차는 필요 없었다.

    그러고 코비드가 터졌다.

    지금 1년 반동안 남편이랑 나랑 둘다 집에서 일한다. 다시 오피스로 돌아간다면 남편은 이제 헤드쿼터로 가야하지만 (거기는 차타고 가야한다 - 한 10분~15분 밖에 안걸리긴 하지만), 나는 그 사이 팀을 옮겨서 이제 오피스로 안가도 된다. 우리팀은 대부분 Santa Clara나 Arizona에 있는 팀이어서, 굳이 여기에 있는 사무실로 출근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in foreseeable future (적어도 2~3년)에는 차를 두 대나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

    아무튼, 남편차는 마일리지도 내 차의 절반밖에 안되고, 기름도 가장 비싼 grade로 넣어야해서 gas비용도 많이 든다. 오래된 차라 보험이 내 차보다 싼점은 좋지만, 너무 크고 무거워서 단점밖에 없다. 게다가 차를 두대를 가진다면 - 하나는 평상시에 쓰는 연비좋은 세단 (내 차), 다른 하나는 다른 용도로 쓰일 수 있는 것 (작은 트럭이라던가, 밴이라던가)이면 좋겠는데, 세단 두 대 가지고 있으니깐 두번째 세단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쓸모가 없으니 남편차는 그 동안 진짜 총 합쳐 20번 탄 것 같다. 지난 2년간 20번 타기 위해서, 보험으로만 1,520불 썼고, registration + license plate renewal 하는데 한 500불? (더 썼을 것 같은데), 기름값 $$$$$$$$ 썼다. 한번 차 타는데 $100도 넘게 주고 탄 셈. 안샀으면 참 좋았겠지만 - 누가 회사에 걸어다닐 수 있을지 알았고, 누가 코비드가 터져서 집에서 일할지 알았나.

     

    아무튼 그래서 나는 속으로 남편 차를 팔면 좋겠다고 항상 생각했다. 하지만 남편이 차를 너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무 좋아해서 입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남편은 차 관리를 진짜 잘하고, 세차도 열심히 하고, 차 수리도 혼자 다 하고, 차에 대한 열정과 관심과 사랑이 정말 엄청나다. 가끔 여행을 가면서 좋은 경치가 있으면, 거기서 우리 사진을 찍는게 아니라, 자기 차 세워두고 사진 찍는다 ㅋㅋㅋㅋㅋ (위의 사진).

     

    그런데 며칠 전! 남편이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본인 차를 파는 것이 좋겠다고 먼저 얘기했다!!!!!

    오예!!!!!!!!!

    남편 차는 수집용이기 때문에, 팔아도 돈을 잃지는 않을 거라고 얘기했다. 그리고 나와 비슷한 의견을 가지고 있었음. 하지만 수집용 차는 더 높은 가격에 팔기 위해서는 완벽하지 않은 것들을 고치는 것이 ROI가 훨씬 높다고 해서 (트렁크에 엄청 큰 흠집이 있다), 그건 고치고 팔아야한다고 했다. 적어도 1,000불은 들 예정이라고 하는데. 나는 차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으니 - 어짜피 팔 차에 1000불 쓰는게 저어어어어어언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일단 하게 놔뒀다. 그리고 차는 보통 여름에 잘 팔리기 때문에 다음 여름까지는 기다리는게 좋다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점점 이상해지는데....차 팔고 싶은것 맞나요?

     

    아무튼 남편이 알아서 하겠지. 하지만 (나에 비해서 비교적) 물질만능주의인 남편이 자진해서 본인 차를 팔겠다고 하다니! 엄청난 발전이었다.

     

    그러고 며칠 후.

    남편은 본인 차 말고 내 차를 팔 궁리로 인터넷을 뒤지고 혼다 딜러쉽에 가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왔다.

    읭?!?!?!?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며칠 후 업데이드:

    아무래도 차 팔기 싫은가보다. 진짜진짜로 차가 한대밖에 필요한지 계속 추궁하고, 팔았는데 1년있다가 차 필요해서 다시 사기 싫다고 한다. 나는 이제 다시 출근하게 된다고 해도, 자전거타고 출근할 거라고 했더니 그건 본인 생각이란다 (읭? 내가 내 출근 내 자전거타고 하겠다는데 왜 난리지...?).

    아무튼 그래서 일단 보험만 죽이기로 하고 안타기로 했다. 하지만 주 정부에서 안타는 차도 보험은 죽이지 못하게 해놔서, 안타는 차용 싼 보험으로 다운그레이드했다. 그래도 덕분에 1년에 400불 정도 절약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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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잉글리쉬와 함께하는 고급영어 공부 :)